사돈 영감이 눈 세 번 흘겨도 자라는 메밀
사돈 영감이 눈 세 번 흘겨도 자라는 메밀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19.11.1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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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동네 어귀에 조그만 메밀밭이 하나 만들어졌다. 며칠 전 하얀 꽃이 피는듯하더니 벌써 조그만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메밀하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한 구절을 빼놓을 수 없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 흐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여름 날, 봉평장에서 대화장으로 이동하면서 시골의 밤길을 그림처럼 표현한 것이다.

소금 뿌린 듯한 꽃을 피우는 메밀은 어떤 식물일까?

언뜻 보면 메밀꽃은 며느리배꼽이나 며느리밑씻개를 닮았다. 같은 마디풀과이기에 꽃이 많이 닮았다. 메밀꽃은 아마나 앵초처럼 암술이 길고 수술이 짧은 장주화와 암술이 짧고 수술이 긴 단주화가 거의 반반씩 생기는 이형예현상(異型衲現象)이 나타난다.

메밀은 중국 북동부와 시베리아 바이칼호 일대에서 재배종과 비슷한 야생종이 발견되어 이 지역이 원산지로 인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오래전에 들여왔는데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옛날 중국은 우리나라를 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를 하던 어느 날, 중국에 메밀이 들어왔다. 메밀은 척박한 땅에도 잘 자라기에 너나 할 것 없이 메밀을 심어서 음식을 해 먹었다. 그런데 메밀을 먹은 사람들이 모두 얼굴이 붓고 살이 빠지며 병들어 하나 둘 죽어 간 것이다. 이에 중국의 황제는 골칫덩어리 조선을 점령할 방법으로 조선에 메밀 씨앗을 주었다. 조선 백성들을 병들어 죽게 하자는 것이었다. 세월이 흘러 중국 황제는 첩자를 보내 조선의 상황을 알아보게 하였다. 그런데 중국의 기대와 달리 조선 사람들은 활기에 넘쳐 지내고 있었다. 중국첩자는 너무나 놀라 조선 사람들이 먹는 메밀 음식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메밀 음식을 먹을 때 무김치 또는 갓김치를 같이 먹고 있었다. 메밀의 독성을 무와 갓이 해독해 주었던 것이었다.'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이겠지만 메밀이 중국에서 들여왔다는 사실과 메밀의 독에 대한 이야기는 맞는 말이다.“구우면 달콤한 견과 향미와 흙 내음이 나며, 질감은 통통하고 부드럽다”음식연구가 프랜시스 케이스가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세계 음식재료 1001'에서 메밀을 언급한 말이라고 한다. 메밀은 단백질,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 피로회복과 피부건강에 좋은 비타민 B1, B2가 함유되어 있으며, 메밀의 대표성분인 루틴은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예방에 좋다고 한다. 게다가 글루텐-프리로 탄성이 없지만 글루텐을 피하는 유행에 따라 각광받는 식재료 중의 하나다. 이렇게 좋은 성분을 가진 메밀이지만 껍질 속에 살리시아민, 벤질아민과 같은 유해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해물질을 무의 비타민 C와 소화효소가 독성을 해독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메밀의 독은 야생종의 경우이고 개량종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메밀은 사돈 영감이 눈만 세 번 흘겨도 자란다.'메마른 곳에서도 잘 자라고 씨 뿌리고 얼마 되지 않아 수확할 수 있기에 생긴 말이다. 이효석의 소설에 나오는 메밀은 일찍 씨 뿌리는 여름 메밀일 것이고 우리 마을에 뿌려진 메밀은 늦게 씨 뿌리는 가을 메밀인 것이다. 메밀 막국수에 메밀전병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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