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세 띈다는 고용지표 이면엔…구직마저 포기한 40대의 설움
회복세 띈다는 고용지표 이면엔…구직마저 포기한 40대의 설움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9.11.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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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만에 고용률·실업률 동시 개선…홍남기 "뚜렷한 회복세"
노인일자리 더불어 숙박·음식점업서 청년 고용 호조 나타나

제조·건설업, 도·소매업 부진에 40대 취업자 48개월째 내리막

40대 고용률 유일한 하락세…'쉬었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풀타임 고용부진 만성화 우려…"구직 포기시 가정 생계 타격"



각종 경기 지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고용 상황만은 활기를 띄는 모양새다. 지난달 새롭게 직업을 얻은 인구가 40만명을 넘겼고 고용률도 23년 만에 최고치를, 실업률은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에선 고용 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는 평가를 여과없이 내놨다.



그러나 고용률과 실업률, 취업자 수 등 지표만을 갖고 현재의 고용 시장을 명확히 분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정을 꾸리고 한창 일할 나이에 접어든 40대들이 구직 활동마저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과 건설업, 도·소매업 등 주요 산업들의 업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구직 의지마저 잃게 되는 것이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15세 이상 고용률은 지난달 61.7%로 1년 전(61.2%)보다 0.5%포인트(p) 상승했다. 2012년 10월(6.8%) 이후 2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7.3%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9년 이래 30년 만에 최고치다. 취업자 증가 폭(41만9000명)이 인구 증가 폭(33만9000명)을 크게 웃돌면서 개선세가 완연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월평균 취업자 증가 폭은 27만6100명으로, 정부 목표치인 20만명을 훌쩍 넘어선다.



실업률은 1년 전(3.5%)보다 0.5%p 내린 3.0%로, 10월 기준 2013년(2.7%)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았다. 고용률과 실업률은 지난 8월부터 3개월 연속 함께 개선되고 있는데, 이는 2001년 9월~2002년 10월 이후 17년 만에 가장 긴 기간이다. 청년(15~29세) 실업률 역시 7.2%로 10월 기준 2012년(6.8%) 이후 최저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를 두고 "최근 고용 시장의 뚜렷한 회복세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최근의 고용 개선세는 서비스업이 견인하고 있다. 서비스업 취업자는 13개월째 늘어나는 중이며 증가 폭도 확대되는 추세다.



외국인관광객이 늘면서 숙박·음식점 부문에서의 고용 호조세가 지난 2월 이후 지속되고 있다. 숙박·음식점업 부문 취업자는 11만2000명 증가했는데, 이는 2016년 7월(12만명)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컴퓨터게임장이나 기타 오락 시설 등에 임시직으로 취업하는 청년과 50대 이상 창업자들이 늘면서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서비스업에서도 취업자가 9만6000명 늘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노인 일자리 등이 반영되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선 가장 많은 15만1000명이 증가했다. 올해 들어 이 산업에서의 취업자 증가 폭은 월평균 16만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의 고용 상황에는 기저효과도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월 기준 취업자 수가 적게는 3000명(8월)까지 떨어지면서 월 평균 취업자 수가 9만7000명에 그쳤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내년 1월까지는 기저효과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상황을 40대로 좁혀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40대 취업자 수는 2015년 11월부터 48개월째 내리막이다. 지난달 기준 감소 폭은 14만6000명으로, 지난해 6월부터 17개월째 10만명대에 머물고 있다.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 등 산업에서의 업황 부진이 주된 이유다.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4월부터 19개월째 사상 최장기간 줄고 있다. 반도체 산업과 연결되는 전자부품, 전기장비 부문에서 감소 폭이 특히 컸다. 11개월째 하락하고 있는 수출 지표와 연관이 깊다. 건설투자가 부진하면서 건설업 취업자도 2개월째 감소세다. 부진을 이어오다 지난 5월 잠깐 플러스(+) 전환했던 도·소매업에서도 다시 취업자가 5개월 연속 줄고 있다. 이를 반영해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14만3000명)를 중심으로 비임금근로자 역시 2년 가까이 감소세다.



인구 증감을 고려해도 40대 고용 상황은 좋지 않다. 40대 고용률은 전년 동월 대비 0.6%p 하락한 78.5%로,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하락했다. 이 같은 내림세는 지난해 2월부터 21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40대에선 실업률도 0.5%p 내렸다.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이동한 40대 인구가 많아진 영향이라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비경제활동인구란 육아나 가사, 학업, 심신장애 등을 이유로 구직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가 없이 막연히 일을 쉬고 있는 '쉬었음' 인구는 지난 8월부터 3개월째 30만명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40대에서 그냥 쉰 인구는 지난 9월 4만4000명, 10월 4만1000명 늘었는데, 이는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3월(4만6000명)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부진한 경기에 구직 활동에 대한 의지마저 잃으면서 40대에서의 부진한 고용 상황이 만성화되고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40대는 고용이 돼 있다면 대부분이 시간제가 아닌 풀타임(full-time)으로, 비경제활동인구로 이동했다면 자영업을 하다가 그만뒀거나 다니던 회사를 나온 경우"라며 "다른 연령층보다도 이 연령에서 쉬었음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한 가정의 경제를 뒤흔드는 심각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일자리의 중심은 우리 경제의 허리이자 한 가계를 책임지는 30~40대에서 60대로 옮겨진 지 오래다. 노인 일자리를 확충한다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60세 이상 취업자는 지난달에도 41만7000명 불어나며 전체 취업자 증가세를 주도했다. 시간제 노인 일자리가 늘면서 36시간 미만의 단시간 취업자는 59만9000명 늘었지만, 36시간 이상 풀타임 취업자는 18만8000명 줄었다. 주당 평균 취업시간도 41.0시간으로 1년 전보다 1.0시간 감소했다.



신 교수는 "전 정권에서도 추세적인 상승세를 나타내왔던 고용률을 들면서 고용 상황이 개선됐다고 말하긴 어렵다. 우리나라는 일주일에 고작 1시간을 일해도 실업자에 포함시키고 있어 실업률 역시 고용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며 "고용 시장을 정확하게 보려면 연령별, 주당 근무시간별 지표를 나눠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다음달 중·하순께 발표할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고용이 취약한 분야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을 담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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