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로 꿈을 이룰수 있을까
학벌로 꿈을 이룰수 있을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11.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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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너나 할 것 없이 가난한 시절. 학교는 아무나 입학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먹고 살만한 집에서는 자식 공부시키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가난한 집은 입 하나라도 덜기 위해 친척 집에 양자를 보낼 만큼 공부하는 것을 사치로 여겨야 했다.

그래도 그 시절엔 기업체에 설치된 야간학교가 있었고, 대학에는 야간대학이 있어 주경야독하는 이들에게 배움의 끈을 놓지 않도록 붙잡아 주었다.

세월이 흘러 잘사는 나라가 됐고 이젠 배움에 대한 열망보다는 어느 학교를 가야 사회에서 인정받고 성공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지를 두고 고민하는 세상이 됐다.

어느 학교라도 다니고 싶은 꿈이 있던 시절엔 몸은 고돼도 마음은 편했다. 꿈꿀 수 있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고등학교 졸업생 수와 대학 입학 정원이 비슷해 마음만 먹으면 대학 졸업장은 얼마든지 손에 쥘 수 있다.

심지어는 이 대학 저 대학 다니기도 하고, 전공도 두세개는 기본이다.

배우고 싶다고 주경야독할 필요도 없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청춘들은 힘들어한다.

우리 사회는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얼마나 많이 경험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을 건다.

학벌이 아닌 능력으로 신입직원을 뽑으라며 정부가 권고한 블라인드 채용에서도 학벌은 아주 중요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인사담당자 3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7명이 지원자의 학벌을 고려하고 있었다.

기업 인사담당자 68.6%는 신입직원 채용 시 `어느 정도 학벌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6.5%는 `많이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학벌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4.9%에 불과했다.

학벌을 고려하는 경향은 중소기업(73.8%)보다 대기업(79.3%)이 높았다. 선호하는 출신학교로는 서울 지역 대학이 56.8%로 가장 많았고 수도권 내 대학(27.3%), 지방 대학(10.2%) 순이었다.

서울지역 대학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해당 학교 출신자들이 일을 잘하는 경향이 높아서(35.2%) △경영진들이 선호하는 학교라서(34.1%) △해당 학교 출신자들의 인맥 및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어서(12.5%) △누구나 다 아는 명문대라서(8.0%)였다.

교육부는 최근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국제고를 일괄폐지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5년간 2조2000억원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수조원을 투입하면 고교 서열화가 사라질 것이라고 교육부는 과연 믿고 있을지 궁금하다.

유은혜 교육부총리는 발표안을 두고 “고등학교 교육을 획기적으로 혁신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특목고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진보교육감들의 선거 공약이었다.

다음은 대학 차례인가? 대통령의 공약인 국공립대 통합과 공영형 사립대 추진에 나설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학 서열화를 없앤다는 명목으로 교육부는 얼마의 재원을 투입할 수 있을까?

14일 수능을 치러야 하는 54만 수험생들이 무슨 꿈을 꾸는지 정치권은 관심 밖이다.

내년 4월 총선에 여념이 없으니 관리대상인 유권자로 보일 수도 있다.

대학에서 꿈을 꾸고 싶어하는 청춘들의 표심을 잡고 싶다면 일류, 이류, 삼류 대학으로 값을 매기는 사회 분위기부터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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