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구룡산의 소리
생생한 구룡산의 소리
  •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0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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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2020년 7월 1일부터 시행하는 도시공원 일몰제로 시끄러운 구룡산에 오른다. 생생한 현장의 소리를 듣고 싶어서이다. 발걸음에 맞춰 음표를 튕기는 새소리와 국화 향이 코끝에 매달려 동행하는 경쾌한 아침이다. 오늘은 유난히 새들이 공중에서 뿅뿅 거리며 재주를 부린다. 나는 별로 높지도, 아름답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소박한 구룡산을 자주 찾는다.
누구나 주인처럼 다니는 길에 얼마 전부터 현수막과 철삿줄이 불청객으로 자리했다. 그런데도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길은 예전과 변함이 없다. 장애물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듯 길은 또 다른 길을 냈다. 청주시와 토지주, 거버넌스가 초래한 구룡산 개발에 대한 현장의 모습은 매스컴과 달리 아주 평화롭다. 구룡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살펴보기 위해 여기저기에 걸려 있는 현수막 앞에 멈췄다.
‘시민 혈세 흥청망청 쓰지 말고 두꺼비·맹꽁이 단체에 해마다 2억 700만 원씩 지급하는 보조금 중단하고 거버넌스에 지급한 6000만 원 수당 환수하여 시민들이 원하는(98.3%) 등산로 매입하라. 난개발의 주범은 토지주가 아닌 2차 거버넌스다. 아름다운 농촌 방죽은 원주민이 지켜왔다. 어떠한 시민단체도 농촌 방죽에는 오지 마라. 청주시는 환경·시민단체에 발목 잡혀 우왕좌왕하지 말고 대법원 판결 존중하라. -구룡공원 지주협의회-’, ‘구룡산 소유자들은 지난 35년간 공원으로 묶여, 재산권 행사도 제대로 못 하여 오던 중 대법원 판결로 2020년 7월 1일 자연녹지로 해제를 앞두고 있는데, 도시 계획적 방법으로 또다시 재산권을 제약하려 해서 부득이 10월 10일부터 등산로 폐쇄 결정을 하였습니다. 모든 책임은 청주시장과 2차 거버넌스에 있습니다. 구룡공원지주협의회’, ‘청주시는 일반시민 의견 존중하고 보조금 단체 의견 배제하라’, ‘구룡공원 등산객과 시민들은 98.3% 농토보다 등산로 매입을 원한다’를 읽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동태를 살폈다.
“청주시와 땅 주인의 심정은 이해하는데, 거버넌스는 뭐야. 하여간 시민단체들이 문제야”, “환경을 살리자고 하는 일이겠지?”, “싸우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잖아. 괜히 구룡산 개발과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 콩 놔라. 팥 놔라. 난리야. 되던 일도 안 되겠다.”, “청주시와 토지주들이 알아서 하면 되지. 거버넌스는 또 뭐야?”하면서 여인 세 명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가던 길을 간다.
얄궂게 주민들의 반응이 어떤지 오가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걸어봤다. 제일 많이 하는 이야기가 특정 단체에 주는 보조금으로 청주시가 순차적으로 토지를 매입해 시민들에게 지금과 같이 다니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둘째로 개발이 되든 안 되든 청주시와 토지주가 잘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셋째로 이 산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은 조용한데, 이용하지도 않는 시민단체에서 왜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과 관심이 없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20대 한 청년은 구룡산 전체를 개발해도 상관없다. 그냥 헬스장 다니면 된다고 답한다.
시간대와 오가는 사람에 따라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11월 6일 50~60명이 지나가는 구룡산 아침의 소리이다. 현장의 소리는 매스컴에서 거론되고 있는 만큼 시끄럽지 않았다.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며 살아가는 세계, 아무리 빼어난 자연도 인간의 발소리와 숨소리가 함께 어우러졌을 때 활기차다. 어떤 소리든 공적인 울림이 있어야 세상이 평화롭다. 지금 구룡산은 내려놓기 준비를 위해 햇빛과 바람에 단풍을 말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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