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좋아한다
  • 이수한 신부 음성 매괴여중·고 교장
  • 승인 2019.11.0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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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이수한 신부 음성 매괴여중·고 교장
이수한 신부 음성 매괴여중·고 교장

 

얼마 전 사립 중고등학교 교장 선생님들과 반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 건배 제의를 받았다. 주워들은 풍월이 있어 “제가 사립 중등 하면 여러분은 아싸 라고 답해 주세요.”했더니 어떤 의미냐 반문하신다. 교장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을 많이 사랑해 달라는 의미라 했더니 공감하신 듯 크게 웃어 주셨다.

교직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아이 사랑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런데 우리는 좋아한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을 곧잘 비슷한 의미로 섞어 사용하곤 한다. 그러나 사랑함과 좋아함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 중심적이고, 좋아한다는 것은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기인하는 말이다.

우리는 꽃을 좋아한다고 하지 사랑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좋아하기에 꽃을 꺾어 보기 좋게 꽃병에 꽂아 놓는 것이다. 그러다 시들어 보기 흉해지면 아낌없이 뽑아 쓰레기통에 버린다. 내가 꽃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꽃이 나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좋아함의 개념이다.

따라서 사람은 사랑하되 꽃처럼 좋아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만일 꽃을 좋아하듯 사람을 좋아하여 나를 위한 희생을 강요한다면 이는 불행한 일이라 하겠다.

사물이 사람을 위해 존재할 수는 있으나 사람이 사물을 위해 존재할 수는 없다. 또 나의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의 희생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즉 내가 상대를 위해 희생하는 사랑은 가능하나, 상대가 나를 위해 희생해주기를 바라는 좋아함의 의미가 사람 사이에서 행해져서는 아니 된다 할 것이다.

하지만 간혹 세상에는 자신을 위하여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고, 자신에게 필요한 물질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경우도 있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남의 소중함을 배려하지 못하는 좋아함의 전형적인 예라 하겠다.

아이 사랑은 교직자의 당연한 의무이다. 교직자가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학생이 교직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학생은 교직자의 존재 이유다. 오늘도 우리의 존재 이유를 위해 `아싸'하며 힘차게 하루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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