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에도 바닷물을 마시지는 않는다
갈증에도 바닷물을 마시지는 않는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9.11.06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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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국회에서나 볼법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야당 정치인의 막말 논란이 충북에서도 나왔다. 그것도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시되는 제1 야당의 조직위원장의 입에서 나와 지역이 소란스럽다.
막말을 한 당사자는 최근 자유한국당 청주 청원당협위원장이 된 황영호 전 청주시의회 의장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황 위원장은 지난 2일 청주 상당공원 인근에서 열린 극우단체인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이 주최한 정권 규탄 집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면서 문 대통령을 수차례 ‘미친 X’이라고 지칭했다.
황 위원장은 “조국이라는 희대의 사기꾼·악마 같은 놈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며 “문재인, 이 인간 하는 것을 보면 정말 물어뜯고 싶고, 옆에 있으면 귀뽀라지(귀싸대기)를 올려붙이고 싶다”고도 했다.
야당 정치인으로선 대통령과 여당의 실정에 대해 얼마든지 평가하고 비판할 수 있다. 그것도 총선을 5개월여 앞둔 야당 원외 조직위원장이라면 비판의 목소리를 더 크게 낼 수도 있다.
하지만 황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제1야당의 당협위원장을 떠나 한 개인으로 봐도 품격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황 위원장이라는 주어를 생략하고 발언내용만 전해 듣는다면 술주정뱅이의 혀 꼬부라진 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과거 권위주의시대에 이 정도의 표현이라면 충분히 대한민국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가 적용됐을 것이다.
문 대통령을 향한 모욕적인 발언에 민주당 충북도당과 중앙당은 지난 4일과 5일 이틀 연속 논평을 내 황 위원장과 한국당을 맹비난했다.
하지만 황 위원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번 막말 논란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평소 조용하고 합리적인 성품의 황 위원장의 이미지와 막말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비속어와 저주를 퍼붓는 말을 쏟아냈다는 사실이 선뜻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황 위원장은 그랬을까. 아무래도 조급함이 그를 막말의 유혹에 빠져들게 한듯싶다. 황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임명돼 아직까지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도 넘은 막말은 통상 지지층 결집을 위해 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지도부에 충성도와 투쟁성을 보이면서 대중에겐 정치적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인지도가 낮은 정치신인에겐 솔깃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당장은 효과가 있어 보여도 장기적으론 손해인 경우가 많다.
대양 위를 표류하는 사람이 목이 타들어가는 갈증을 느끼면서도 바닷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물은 물이지만, 그 물속에 더욱 물을 부르는 소금기가 많다는 것을 익히 알기 때문이다. 반대로 소금기 없는 맹물은 한 모금만 마셔도 바로 갈증이 사라진다.
아무리 정부와 여당의 정책에 반대하는 인사라고 해도 최소한의 국가원수, 행정부 수반에 대한 예의는 갖춰야 한다. 하물며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정치인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국회의원 배지에 도전할 정도면 지역사회에선 지도층이다. 솔선하지 않는 사회지도층은 다수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자기 편의대로 행동하면 오히려 반감만 불러온다.
모든 선거결과는 대부분 부동층의 향배가 갈랐다. 부동층의 향배를 미리 알기는 어렵지만, 좋은 정책보다는 자기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도의 거북한 행동을 한 정당이나 후보를 심판하는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많다.
황 위원장의 발언을 거북하게 받아들이는 도민이 많다. 그의 이번 발언엔 더 강력한 발언을 부르는 소금기도 많다. 황 위원장이 지지층을 향한 충성도와 투쟁성을 연이어 선보일지 부동층을 사로잡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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