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교육은 교육적인가
우리의 교육은 교육적인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11.0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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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사과가 썩었다고 통째로 버리지 않는다.
아까워서 못 버리고 먹을 수 있어서 또 못 버린다.
썩은 부위만 도려내면 먹는 데 하등 지장이 없다.
하지만 썩은 사과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사과의 썩은 부분만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통째로 버려야 할 존재로 보기도 한다.
불공정과 불평등 해소를 위해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교육부가 정시전형 확대 방침을 선언했다.
정시 전형 확대를 두고 학교 현장과 교육단체는 대학 입시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정치계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여론을 움직일 빅카드로 보는 모양이다.
충북도내 대학과 일반고등학교에서는 불만을 쏟아냈다.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문제라면 학생부 교과전형을 확대하는 방안도 있지만 교육부는 그대로 수용했다.
충북지역 일반고 교사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정시 확대로 불평등이라는 불만을 잠재울 수는 있어도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서울 소재 대학 입학은 더 어려워 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여영국 의원(정의당·창원시 성산구)이 발표한 2019년 서울대 전형별 신입생 출신 고등학교의 시도별 현황 분석 결과를 보면 정시수능전형 신입생의 서울, 경기 고교 출신 쏠림이 강했다. 여 의원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9학년도 서울 지역 소재 고교 졸업생 비율이 전국 고교 졸업생 수의 17%이지만 정시수능 신입생은 42.8%, 수시학종은 34.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지역 소재 고교 졸업생의 경우는 졸업생수 25.4%에 비해 정시수능은 27.2%, 수시학종은 18.5%를 차지했다. 정시수능 신입생 중 서울, 경기 출신은 70%를 차지했다
반면 서울, 경기를 제외한 15개 시도의 고교졸업생 비율은 57.6%였지만 서울대 정시수능 합격생 비율은 30.0%에 머물렀다.
서울을 제외한 7개 광역시의 고교졸업생 비율은 26.4%임에 비해 정시수능 신입생은 14.7% 수준으로 0.6배 수준이었고, 경기를 제외한 8개 도 지역의 고교졸업생 비율은 31.2%이나 서울대 정시수능 신입생은 15.3%로 0.5배 수준이었다.
여 의원은 “서울대는 이미 2022학년도 지역균형인재전형(학종)을 줄일 계획”이라며 “주요대학의 정시 수능 전형비율의 급격한 확대는 수도권과 지방의 교육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와 전국진로진학상담협의회가 최근 전국 고교 교사 3305명을 대상으로 긴급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정시 추가 확대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응답교사의 28.7%만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59.8%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학종이 공교육 정상화 기여를 묻는 항목에는 71%가 긍정 답변을 내놨다.
교육부가 5일 발표한 서울대, 연세대 등 13개 대학에 대한 학종실태조사 결과 2019학년도 입시에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지원자의 수상실적, 어학 성적 등 학종 전형의 기재 금지를 위반한 사례가 자기소개서에서 238건, 추천서에서 128건 확인됐다.
조부모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대학 입시를 좌우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다.
교육정책 입안자들과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이 선진국 교육정책을 배우겠다고 유럽과 미국을 제집 드나들듯 다녀와도 제자리인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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