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아시나요?(Do you know Korean?)
한국어를 아시나요?(Do you know Korean?)
  •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 승인 2019.11.0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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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다양한 앙케트(enquete) 중에서 나의 눈을 사로잡은 조사가 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친절한 직업에 1위가 한국어교사, 2위 스튜어디스, 3위가 은행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어강사로 일하는 나로서 공감 백배였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지 벌써 11년이나 되었다. 그러나 한국어강사의 위상이 그리 높지 않다. 왜냐하면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르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인식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한글과 한국어가 같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한글과 한국어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고자 한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입의 모양과 혀의 위치에 나타난 소리를 표기한 문자로 한나절만 배우면 읽고 쓸 수 있을 만큼 아주 쉬운 글자로 되어 있음을 모르는 이가 없다. 말하기와 듣기가 가능한 사람이 읽기, 쓰기 영역을 배우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어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네 가지 영역을 모두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외국어이다. 그래서 한글을 가르칠 때와는 다른 교수법을 통해 가르쳐야 한다. 영어를 잘하면 누구나 영어를 가르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언어를 할 줄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전혀 다르다.
모 초등학교 외국인 자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적이 있다. 한국어 교재 요청을 했더니 사 놓은 한글 교재가 많은데 그걸 사용하면 안 되느냐고 묻는 것이다. 한글 교재와 한국어 교재는 엄밀히 다르다. ‘공교육을 담당하는 학교에서도 한국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니 일반인들은 오죽할까?’라는 생각에 답답함을 느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모임이나 단체에서 단체 카톡방을 자주 이용한다. 한 번에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연락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나는 친구들과의 단톡방 대화에서 끼어들기가 쉽지 않다. 모든 글들은 짧으면서 간단한 단어로 빠르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 문장 올리는 사이에 수십 개의 댓글이 빠르게 올라가서 내 댓글은 뒷북을 치는 격이 되어 버리고 만다.
누가 요즘 촌스럽게 맞춤법에 맞게 사용하느냐고 친구들이 말한다. 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는 스피드 시대라지만 바른 표현을 쓰는 사람이 구닥다리 취급을 받는 건 난감한 일이다.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한국교육원에서 공부하던 학생이 한국에 왔다. 그곳에는 많은 학생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가 한국 가수를 보기 위해서란다. 그 학생들에겐 꼭 한번 가보는 게 소원일 만큼 한국은 꿈(dream)의 나라이다. 이처럼 K-POP의 열기가 한국어의 열풍으로 이어져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한국어에 대한 자긍심이 부족한 건 아닌지 묻고 싶다.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정확히 아는 글자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글밖에 없다. 우리는 한글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마음속에 새겨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때 한국어의 위상이 더욱더 높아지리라 본다. 한글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한 적은 없는지 반성해 본다.
앞으로는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보다 고운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사람이 더 존경받고 대접받는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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