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양
앤드류 양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11.0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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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2020년 대통령 선거를 1년여 앞둔 미국에서 한 아시아계 남성 후보의 돌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대만계 미국인인 앤드류 양(Andrew Yang)이다. 45세인 그는 올해 초 민주당 경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힐 때만 해도 전혀 경쟁력이 없는 `들러리' 후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몇 차례의 토론에서 보편적 기본 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의 지급을 자신의 공약으로 내세우며 단숨에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자신의 주 공약으로 18세 이상 모든 미국인에게 1인당 매달 1000달러씩의 UBI 지급을 내 걸었다. 우리 돈으로 120만원을 성인이면 누구에게나 `월급처럼' 주겠다는 것이다.

다소 황당한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의 설명을 들어보면 실현 가능한 공약 같기도 하다.

그가 밝힌 UBI의 재원은 다름 아닌 테크(Tech)기업들에게서 나온다. 첨단 기술력으로 부를 축적한 기업들에게 세금을 많이 걷어 미국 성인들에게 되돌려 주겠다는 것이다. 그가 밝힌 기업들은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같은 초일류 테크기업들이다.

그는 이들 테크기업들에게 돈을 걷을 수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연간 200억 달러(2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아마존이 세금(연방세)을 전혀 내지 않고 있다. 아마존 때문에 수많은 점포가 문을 닫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세금 0달러'뿐이다”

그는 덧붙여서 이런 설명도 하고 있다. “아마존 등 테크 기업들은 인간의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 일자리를 없앤 만큼 사람들에게 돈을 지급할 수 있다”

그의 이 공약은 단숨에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명 후보였던 그는 후원금이 제로에서 단숨에 3/4분기에 1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120억원을 모금하는 데 성공했다. 지지층도 두꺼워졌다. 후원자가 20만명이 넘은데다 테슬라의 창업주이자 우주 정복을 꿈꾸는 첨단 테크기업의 오너인 일론 머스크 등 쟁쟁한 기업인들이 그를 후원하고 있다. 트위터의 최고경영자 잭 도시, 영화배우 니콜라스 케이지 등도 그의 후원자 중 하나다.

그는 토론회에서 당당하게, 거침없이 테크기업들에게 돈을 많이 걷어야 하는 이유를 유권자들에게 이렇게 밝히고 있다.

“테크 기업들은 헐값에 사람들의 개인 정보를 사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 그들 기업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고 엄청난 부를 가져가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그의 주장은 미국인에게 상당히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0명에서 시작해 20만명으로 늘어난 그의 후원자들, 1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로 증가한 후원금이 이를 입증한다.

각종 미래 예측 지표도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국 옥스포드 대 연구소는 현재의 AI 기술이 진화하면 2033년까지 직업이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본의 경영컨설턴트 스즈키 타카히로는 자신의 저서 `직업소멸'에서 30년 후에는 대부분 인간이 일자리를 잃고 소일거리나 하며 살 것으로 전망했다.

부러운 것은 미국의 경제력이다. 앤드류의 말이 실현된다면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의 테크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 자국인들에게 보편적 기본 소득을 안겨주게 된다. 세계를 호령하는 기업들이 있기에 가능한 공약인 것이다.

삼성 말고는 이렇다 할 세계 1위 테크기업이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 규제에 가로막혀 범법자 신세가 된 `타다'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젊은 스타트업들이 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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