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사 설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7.04.2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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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 사건을 통해 본 한국민족주의
2007년 4월 16일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일어난 조승희씨의 총기 난사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인간존재에 대한 성찰, 총기에 대한 문제, 개인에 대한 사회의 억압 그리고 이민자들의 심리적 갈등 등 수 없이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인류사에서도 드문 이 특별한 사건을 통하여 우리는 한국사회를 돌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주자나 이민자들은 그 사회에 동화하고 적응하기 쉽지 않다. 조승희씨 사건도 이민자의 정신적 고통과 총기관리라는 두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사건 초기에 한국인들은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경악(驚愕)했다. 그리고 한국인 전체가 슬퍼하고 분노하면서 깊은 죄의식을 가졌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가. 그것은 개인과 민족을 하나로 간주하는 한국민족주의 의식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개인과 민족과 국가를 동일체(同一體)로 생각하는 경향이 다른 국민보다 강하다. 그리고 한국인의 피가 섞였으면 한국인으로 간주하는 혈통주의 경향도 강하다. 조승희씨의 국적은 아직 한국이지만, 완전한 한국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한국인들은 한국인이 저지른 흉포한 범죄라고 보고, 한국과 한국인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것은 혈통주의에 근거한 민족주의 의식의 오류였다. 인도적인 차원에서의 죄의식이나 과거 모국으로서의 적당한 책임감을 넘어서는 죄의식은 옳지도 좋지도 않다.

이런 의식의 내면에는 한국인이라는 동질성과 배타성이 동시에 작용한다. 한국은 획일성, 단일성, 동질성을 추구하는 사회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단군신화를 근거로 한국이 단일민족이라는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을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이 세상 모든 국가의 민족은 단일민족이 아니다. 어떤 과정에서든지 피가 섞이고 문화가 교류한다. 이런 획일성 지향의 사회에서는 외국인이 한국에 귀화(歸化)하더라도 한국의 피가 섞이지 않았으므로 한국인이 아니라는 폭력담론을 생산한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열린 민족주의와 문화적 다양성 그리고 인종차별의식의 철폐라는 교훈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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