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세대의 의미 그리고…
386세대의 의미 그리고…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19.10.3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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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2002년 제작된 영화 ‘생활의 발견(감독 홍상수)’을 7번 정도 본 것 같다. 매번 볼 때마다 영화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했고, 영화 촬영지를 찾아 춘천과 경주 등지를 쏘다녔던 기억이 있다. 홍상수 감독의 수법(?)이 그러듯이 그의 영화는 보는 사람마다 또 볼 때마다 다가오는 메시지가 다르다.
‘생활의 발견’역시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메시지가 있겠지만 주연 배우 김상경의 대사 “우리 사람은 되기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말고 살자”는 모든 이에게 공통된 메시지로 다가온다. 영화 속 주인공 경수(김상경 역)는 배우로 나오고 촬영한 영화가 흥행에 실패했는데도 뻔뻔한 태도로 자기의 출연료를 챙겨갈 선배로부터 이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곧이어 자신도 이 대사를 다른 사람에게 반복하게 된다.
감독이 떡밥처럼 던져 놓은 메시지, ‘누군가가 나의 눈에 괴물처럼 비치는 때가 있다면 혹시 나도 누군가에겐 그렇게 보일 때가 일지 않을까?’
항간에 386세대, 특히 운동권 출신 386세대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모 일간지는 7회에 걸쳐 비판적 시각으로 386세대를 평가했다. 386세대는 199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말로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생’인 세대를 말하는 것으로 2019년 현재로는 586으로 불린다. 주로 1980년대에 학생운동을 통해 민주화 운동을 경험한 세대를 통칭한다. 이들은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상상하기 힘든 암울한 시절, 군사 독재정권의 혹독한 탄압으로 수많은 젊은이가 피를 흘려야 했던 시대를 살았던 그들은 운동권이든 비운동권이든 역사의 아픔을 공유했고 또한 민주화 세력이 되었다. 그리고 1987년 민주항쟁 이후 전교조, 참여연대, 민노총 등의 태동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386세대는 교육형평성이나 기회의 평등을 주장하고 이 같은 도덕적 정당성과 순수성을 기반으로 현재 사회 곳곳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으며 일부는 기득권층에 올라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리고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지금 드러난 사태들 탓에 이들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과 분노가 큰 것 또한 사실이다.
산업화세대를 이어받아 민주화를 이룬 386세대도 결국은 다음 세대로 바통을 넘겨 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민족이, 이 역사가 세대에 맡긴 사명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면 좋겠다. 군사독재라는 거대한 성은 무너뜨렸지만 법조 카르텔, 언론재벌 등 아직도 넘어야 할 벽들이 있다. 그 시절 그 순수성을 회복하여 이 일들을 완수하면 좋겠다. 그리고 조용히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 다음 세대를 응원하면 좋겠다. 그리고 자부심 있는 386으로 남고 싶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대의’를 위해 작은 것들은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작은 것들이 어느새 내가 되어버렸다. 철학자 프레드리히 니체는(F. Nietzsche)는 1886년 그의 저서 ‘선악의 저편: 미래 철학의 전주곡’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자신마저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대가 오랫동안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심연 역시 우리 안으로 들어와 우리를 들여다본다.(선악의 저편, 146절)”
‘생활의 발견’을 왜 그렇게 반복해 보았을까? 당시 40대를 바라보며 세상 속에서 욕망 속에서 질주하며 조금씩 괴물이 되어가는 필자의 모습을 이 영화를 통해 보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수 없이 반복하여 보게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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