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의 시읽는 세상
이 정 록
콩나물은
허공에 기둥 하나 밀어올리다가
쇠기 전에 머리통을 버린다
참 좋다
쓰라린 새벽
꽃도 열매도 없는 기둥들이
제 몸을 우려내어
맑은 국물이 된다는 것
좋다 참
좋은 끝장이다
# 콩나물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그만큼 서민들에게 친숙한 이름입니다. 연세 드신 분들은 안방 윗목에 놓여 있던 콩나물시루를 떠올릴 겁니다. 물만 주면 둥근 시루가 꽉 차도록 노란 대가리를 밀고 올라오던 콩나물, 마냥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허공을 땅 삼아 자라나던 콩나물도 때가 되면 누군가의 식탁에 맑은 국물로 올라옵니다. 꽃과 열매도 없지만, 어느 순간 머리통을 버릴 줄 아는 콩나물이 쓰라린 새벽을 위로해줍니다. `좋다 참 좋은 끝장이다'라는 시인의 말에 걸려 나를 다시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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