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받기 위해서는
덜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받기 위해서는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9.10.30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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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30일 청주시 청원구에 위치한 충북문화재단 대회의실에서 21대 국회의원선거구획정안 마련을 위한 충북도민 의견을 청취했다.

대체적인 의견은 선거구 개편이 진행되던 현행대로 유지되던 충북 의석수 8석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게 대세를 이뤘다.

이날 획정위나 진술인들의 의견만 놓고 보면 선거구 획정이 절차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법에서 정한 획정기한은 이미 6개월 전에 지나갔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1년 전까지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대로라면 지난 4월 15일에 선거구가 정해졌어야 한다.

국회에서 의원정수와 선거구기준 등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선거관리위원회가 본격적인 준비작업을 할 수 있는데, 여야 간 합의가 요원한 상황이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에 따라 11월 27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될 것으로 보인다. 부의 안건은 60일 이내에 상정해 표결에 부쳐야 한다. 60일 이내에 상정이 안 되면 이후 첫 본회의에 자동상정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내년 2월 이후에나 선거구 획정이 가능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4·13총선 당시 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선거를 40일 앞둔 3월 3일에 처리돼 `깜깜이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던 전철을 다시 밟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당시 4·13총선은 좀처럼 선거 열기를 느끼기 어렵고, 혼란스러웠다. 내가 사는 곳에 어떤 후보가 나왔는지 모르는 유권자도 부지기수였다. 특히 보은·옥천·영동(남부3군)선거구의 선거인수 부족현상 때문에 증평·진천·괴산·음성(중부4군)선거구에서 떼어져 남부3군에 포함된 괴산군민 일부는 투표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투표에 참여한 괴산군민들도 여야 후보 모두 생활권과 정서가 다른 남부3군에서 나오면서 누군지도 잘 모르는 후보를 찍어야만 했다. 정작 괴산이 고향인 경대수 국회의원은 괴산이 빠지면서 중부3군으로 명명된 선거구에 출마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랬던 혼란한 상황이 4년 만에 재현되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선거법 개정안대로라면 충북의 선거구가 1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권자들의 혼란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정치가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기는커녕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양상이다. 20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라는 수식어도 모자라 `동물국회'오명을 뒤집어썼다.

잘못된 정치는 바로잡아야 한다. 출마자와 유권자 모두를 위해서라도 서둘러 선거구 획정작업도 마무리돼야 한다.

정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한 나머지 정치인들의 그릇된 행태를 외면한다면 국민을 얕잡아보는 기존 정당의 오만함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게 뻔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주권자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때 정치권의 변화는 앞당길 수 있다.

철학자 플라톤(BC 427년~BC 347년)은 이미 2300여년 전에 “정치에 무관심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라는 격언을 남겼다.

그나마 덜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당하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까지 아무리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져도 매의 눈으로 덜 저질스러운 출마자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이 그 노력을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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