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수단으로 전락한 교육
정치 수단으로 전락한 교육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10.2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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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교육정책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한두 번도 아니다.
대통령 선거나 총선이 다가오면 으레 도마에 올랐던 교육정책이라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의존해 자녀의 장래를 고민해야 하는 학부모들은 불안하다.
자율형 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 특수목적고의 일반고 전환도 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고교 서열화 해소와 공교육 강화 방안을 앞세웠지만 올 한 해 법정 다툼과 학부모의 반대 집회 등으로 재지정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이달 당·정·청 협의에서 오는 2025년부터 특목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이 제시됐고 교육부는 이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특수목적고 진학을 준비했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또다시 기로에 섰다.
이번엔 교육의 불균형, 불공정을 줄이겠다며 대통령이 나서서 정시모집 확대를 선언하면서 학교 현장과 대학가가 들썩이고 있다.
정치적 셈법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정치, 경제도 아닌 교육을 문제 삼은 것 자체가 의아하다.
정시 확대를 발표한 국회시정연설에 이어 대통령은 지난 2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한 후 “우리 교육은 지금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제도에 숨어 있는 불공정 요소가 특권이 대물림되는 불평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누구도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특권을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며 “위법이 아니더라도 더 이상 특권과 불공정은 용납해서 안 된다는 국민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교육부에 수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때까지 서울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수시와 정시 비중의 지나친 불균형을 없앨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시 확대는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했던 교육부도 대통령의 정시 비중 확대 요구에 학생부 종합전형(학종) 및 논술 위주 전형의 쏠림 현상이 높은 서울 소재 대학을 대상으로 정시 수능위주 전형의 비율을 상향 조정키로 방침을 세웠다.
정부의 정시 확대 방침에 교육현장은 길을 잃었다.
정시 비율을 숫자만 바꾸면 될 일처럼 정책을 발표하는 정부를 향해 교사도, 학부모도, 대학가도 할 말을 잃었다.
정시 비율을 늘린다고 불공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불평등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교수들의 자녀 논문 끼워넣기 관행이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다. 당연히 교육에 대한 없던 신뢰가 쌓일 수도 없다.
학교 현장에서는 사라졌던 야간자율학습 부활을 걱정하고 있다. 또한 교사들은 수능반, 학종반, 수시반, 인서울반으로 나눠 수업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지방 대학들은 서울 일부 대학을 대상으로 정시 비율을 늘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대학 서열화를 정부가 인정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고 있다.
오죽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대입제도 개편 논의가 대통령의 정시 확대 입장으로 또다시 급선회하는 것은 교육에 대한 정치 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한다며 철회를 촉구했고,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도 학교의 황폐화를 조장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정작 정부는 이번에도 듣고 싶은 말만 귀담아들을 모양새다.
이번 정부에서도 교육 정책의 일관성, 안정성, 예측 가능성은 물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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