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함으로 물들기를
청렴함으로 물들기를
  • 신윤선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 승인 2019.10.2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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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신윤선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신윤선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나는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이다. 장애인, 한부모 가정, 소년소녀가정, 독거노인 등 어렵고 소외받는 사람들을 찾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같이 생활이 어려운 복지 대상자들을 접할 때도 청탁이 오갈 때가 있다.
몇 년 전의 일이다. 복지 대상자로 관리하던 소년소녀가정을 방문했는데 정부에서 제공되는 임대 아파트에 소년소녀가정이 아닌 다른 사람이 살고 있어 적잖이 당황했다. 복지 대상자들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 제공되는 아파트가 불법적으로 사용되다니. 아이들의 보호자인 고모에게 연락을 하자 다음날 행정복지센터로 찾아와 내게 지갑을 선물했다. 사정이 있어 그러니 모른 척해주면 안 되겠냐는 것이다. 고모의 남동생이 직업도 변변찮고 집도 없어 결혼을 못 하고 있어 조카(소년소녀가정)들은 자신의 주택에서 잘 돌보고 있고 남동생에게 집을 양보했다는 것이다. 말썽 피우던 남동생이 집을 갖고부터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모른 척해달라는 것이었다. 표정이 난처하고 딱해 보였다.
아이들의 고모가 다녀간 후 고민에 빠졌다. 내가 주택공사에 신고해 남동생이 집을 잃게 되면 다시 말썽을 부려서 집안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아이들에게 해코지를 하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고민을 하던 나는 아이들의 고모 집을 다시 방문했다. 우선은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밝게 잘 지내고 있었다. 아이들의 부모가 이혼 후 연락 두절된 후부터 아이들의 고모가 사랑으로 보살핀 모습이 얼굴로 드러났다. 부탁하는 고모의 모습에 많이 흔들렸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지갑을 되돌려주며 말했다.
“복지 대상자를 위해 제공되는 임대 아파트는 그 용도로 사용돼야 합니다. 이렇게 밝고 예쁜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더 곧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고모는 남동생들로 인해 그동안 고생했던 얘기를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리면서 죄송하다고 했다.
상대방이 무언가 대가를 바라는 것인가, 진심을 전달하기 위한 것인가. 그것에 따라 선물의 의미는 너무나도 달라진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을 잘 판단하고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복지 대상자들이 가끔 건네는 선물들이 있다. 아껴뒀던 돈으로 산 과일, 고생했다며 전해주는 음료수 등 고마운 마음이 느껴지는 선물들이 있다. 그렇지만 한번 받게 되면 점점 욕심이 생길 수도 있고, 복지 대상자들이 어려운 형편에 준비했을 거란 생각에 거절한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좋은 점은 민원들이 자세한 내용은 모르는 것 같아도 ‘김영란 법’을 말하면 설득과 거절이 훨씬 수월해진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이 확연히 느껴진다. 지구 반대편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는 나비효과처럼 한 명, 한 명의 청렴함이 우리 사회 전체를 물들이기를, 우리나라가 더 청렴해지는 날이 어서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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