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사회
공정한 사회
  • 조성전 변호사
  • 승인 2019.10.29 18: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 포럼
조성전 변호사
조성전 변호사

 

우리 사회는 최근 법무부장관 지명부터 그가 사퇴하고 난 지금까지도 지지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자녀에 대한 의혹이 드러나기 전까지 그는 젊은 층의 절대적 지지를 얻었고 검찰개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의 자녀에 대한 의혹이 하나, 둘 늘어 날 때마다 젊은 층은 그에 대한 실망감을 보였고 급기야 진보세력마저 양쪽으로 나뉘어 싸우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누구는 그가 임명된 이후 우리 사회에 남긴 것이라고는 우리 사회가 둘로 갈라진 것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젊은 진보세력 중 상당수가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은 아마도 그의 자녀가 받은 혜택이 ‘공정’하다고 여기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공정(公正)은 공평하고 올바름이라고 정의되어 있고, 공평(公平)하다는 것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르다는 의미이니 결국 ‘공정’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르며 올바른 것으로 정의하면 될 것처럼 보인다.
현 시점에서 공정의 의미는 이러한 사전적 의미와는 조금 차원이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젊은 사람들에게 ‘공정’의 의미는 입시 등의 과정에서 정량평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곧 문제의 답이 명확하게 존재하고 점수를 객관적으로 매길 수 있는 평가 즉 ‘객관식 시험’과 등가처럼 다루어진다.
이에 반해 그 반대쪽에 내용이나 가치, 전문성 등을 중심으로 업적이나 연구 따위를 평가하는 ‘정성평가’가 있다. ‘정성평가’는 대개 평가에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논란의 여지가 많고, 평가에 정해진 척도가 없어서 학생부 종합전형 등 대부분의 주관식 시험에 공정성의 시비를 낳게 된다.
모든 사람을 객관식 시험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고, 모든 과목에 만점이라고 하여 그 사람의 인성이 훌륭하거나 뛰어난 학업 및 업무능력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필자가 정성평가를 옹호하거나 신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성평가를 이루는 소위 말하는 스펙 그 자체에 관하여는 결코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하지 않는다. 단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말하는 공정이 꼭 정량평가=객관식 평가라는 형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현 정부는 공공기관의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지만,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아는 정규직은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을 뜻하는데 무기계약직은 사실상 정규직과 같은 형태의 고용이다.
차별이 없어야 하지만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간에는 상당한 차별이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이 하는 일의 차이는 크지 않으나 그에 따른 급여는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3배 이상인 200%까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공정이 공평과 올바름이라고 하다면 당연히 무기계약직을 정규직화시키는데 모든 이가 동의하여야 할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젊은 정규직 직원들에서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무기계약직은 공채를 거치지 않고 입사를 하였기 때문에 자신들처럼 몇 년씩 공채준비를 위해 노력한 사람과 같은 처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객관식 시험을 통해 ‘공정’하게 입사한 자신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말한다. 경력이 오래된 무기계약직은 갓 입사한 공채 사원들보다 능력이 더욱 뛰어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텐데도 말이다.
젊은 정규직들은 그들은 ‘공정’한 채용 과정을 거친 바 없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공정’이 우리 사회에서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지점에 마주하였다.
도대체 우리 사회에서 ‘공정’이란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이들이 같은 객관식 시험지를 받아 문제를 풀고 그 결과로만 판단되는 것이 결코 ‘공정’은 아니리라 생각된다. 아직 필자는 ‘공정’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릴 수 없다. 다만, 현재의 ‘공정’이라는 용어에 함축된 의미는 결코 진정한 의미의 ‘공정’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