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길 6
인생의 길 6
  • 김태봉 서원대학교 중국어과 교수
  • 승인 2019.10.2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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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봉 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서원대학교 중국어과 교수
김태봉 서원대학교 중국어과 교수

 

촉도(蜀道)는 실제 있는 길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순탄치 않은 인생의 길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험난한 길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독특한 취향일 뿐, 일반적으로는 피하고 싶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더구나 그 길을 갔다가 돌아와야 하는 경우라면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촉으로 가는 길(蜀道難) 6

朝避猛虎(조피맹호) 아침에는 사나운 호랑이 피하고
夕避長蛇(석피장사) 저녁에는 긴 뱀을 피하네.
磨牙吮血(마아연혈) 이를 갈고 피를 빨아
殺人如麻(살인여마) 사람 죽인 것이 삼대같이 많다네.
錦城雖雲樂(금성수운낙) 금성이 비록 즐거우나
不如早還家(부여조환가) 일찍 집에 돌아옴만 못하도다.
蜀道之難難于上靑天(촉도지난난우상청천) 촉도난이여 푸른 하늘로 오르는 것보다 어렵도다.
側身西望常咨嗟(측신서망상자차) 몸 돌려 서쪽 바라보며 늘 탄식하네.

촉도는 길이 높고 험해서 위험한 것만은 아니다. 사나운 호랑이나 긴 뱀 같은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맹수들이 수시로 출몰하여, 지나가는 사람들을 이빨로 물어뜯고, 피를 빨아 죽인 것이 부지기수로 많다. 마치 빽빽하게 들어선 삼나무들을 베어내 듯, 사람을 죽여 눕힌다고 한 시인의 표현은 과장이지만, 결코 허투루 들을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이 시는 결코 일반적인 송별시가 아니다. 낯선 곳으로 먼 길을 떠나는 친구를 위로하고, 석별의 정을 드러내는 그런 유형이 아닌 것이다.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려 하는 친구를 강하게 만류하는 내용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여기서 친구가 바로 시인 자신일 수 있다는 것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볼 때, 이 시는 사람들이 선망하는 휘황찬란한 도시인 금성(錦城)에 가기 위해 사지나 다름없는 길을 가지는 않겠다는 다짐으로 읽혀야 한다.
가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기 위해, 그 길이 위험천만하다는 것을 시인 스스로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토록 선망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가는 데까지는 성공한다고 해도, 그 도시에 곧 환멸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있는 곳으로 돌아오려 하겠지만, 이 또한 치명적으로 위험하다. 가기도 어렵고, 가봐야 곧 환멸을 느낄 테고, 그렇다고 돌아오기도 사실상 불가능한 그런 곳이라면 결코 가서는 안 되는 것 아니겠는가?
인생의 길에도 결코 가서는 안 되는 길이 있게 마련이다. 부와 명예의 달콤한 유혹에 이끌려 무작정 길을 나섰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허다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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