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지금부터 막아야
부동산 투기 지금부터 막아야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10.28 1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사상 최저치로 인하하면서 은행 예금 금리의 0%대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10억원을 은행에 맡겨도 1년에 이자를 1000만원도 못받는 시대가 왔다는 의미다. 아니 어쩌면 유럽 처럼 우리나라도 이젠 비용을 내고 은행에 돈을 맡겨야 할 지도 모른다. 예금 금리의 0% 시대 진입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이미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돌입했다는 뜻이다. 은행에 돈을 맡겨 놓고 이자로 생활을 하던 ‘이자 생활자’들의 한 숨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시중의 한 금융사가 국내 대형 온라인유통그룹과 연계해 연리 7%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고금리’ 예금 상품을 팔아 초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바로 SH수협은행이 내놓은 ‘시럽 초달달 적금’이다. 이 상품은 SH수협은행이 SK플래닛과 손잡고 만들었다. 적금을 부으면 은행은 연 1.8%의 금리를 주고, SK플래닛은 자사가 운영하는 전자지갑 앱(애플리케이션)인 ‘시럽’을 통해 최고 연 5.2%의 OK캐시백 포인트를 준다. 이 포인트는 국내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로 적금 가입자들은 사실상, 은행의 금리에다 포인트를 합쳐서 연리 7%의 고금리를 받으며 적금을 들 수 있는 셈이다.
이 은행 말고도 다른 은행들도 포인트와 연계한 고금리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간편 결제 서비스 ‘페이코’와 연계해 연 1.6%의 기본 금리를 주고, 페이코 포인트 3.4%를 더해 최고 연리 5%를 주는 정기 적금을 판매해 인기를 끌었다. KEB하나은행은 토스와 손잡고 연 3.0%의 이자를 보장하는 적금을 판매 중인다. 핀테크 기업인 토스와 손잡고 지인을 초대하면 연 1.0%의 토스머니를 추가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대박을 낸 시럽 초달달 적금은 매주 5000명 씩 6주 간 신청을 받고 있는데 벌써 5주간 매진 행진을 잇고 있어 모집 계좌 수 3만명을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하지만 사실상 파급 효과는 미미할 전망이다. 최대 월 납입액이 20만원에 불과한 데다 6개월 만기 상품이어서 1인이 120만원을 부으면 자동으로 만기 해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시중 부동자금이 얼마나 이자율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여서 앞으로 금융권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이달 초 일반인 공모에 4조8000억원이 몰린 ‘롯데리츠’의 청약 열기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수익률 6%를 제시해  공모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조금이라도 안정적인 수익성이 보장되면 벌떼 같이 몰려드는 시중 부동자금의 ‘방향성’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우려되는 것은 금융시장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부동자금이 부동산에 대거 쏠리는 경우다. 현재 우리나라의 추정 시중 부동자금은 약 1000조원 규모. 0%대 초저금리에 ‘불만’을 품은 이런 규모의 부동자금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 갑자기 쏠린다면 그 혼란의 정도는 미뤄 짐작할 만하다. 갑자기 폭등해 집을 사지 못하는 서민, 중산층. 오를대로 오른 집을 샀다가 오랜 후에 거품이 빠져 손해를 보는 주택 구입자들. 시중 부동 자금이 부동산 투기로 향했다가 부동산 거품으로 인해 경제가 왜곡되는 현상을 우리는 일본과 미국 등 가까운 이웃나라들을 통해 잘 봐왔다. 디플레이션마저 우려되는 현재의 경제 상황. 정부 당국의 선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