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지 않겠다
도망치지 않겠다
  • 김찬주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 승인 2019.10.2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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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찬주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김찬주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지난해 9월 가을에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는데 이제 해를 넘겨 가을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고 있다. 공무원 생활 1년을 보내며 정신없이 지나간 것만 같은 지난 시간을 한 번 돌아본다.
공무원 수험 준비를 하며 접했던 격언이 있다. ‘도망쳐 도착한 곳에 천국은 없다.’ 괴롭고 힘든 일을 피해봤자 해야 할 일이 사라지는 게 아니니 더 나을 것도 없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도망친 곳이 공무원이었다. 대학 생활을 신나게 보내고 나니 기다리고 있는 것은 취업 준비의 현실이었다. 남들은 당연하다는 듯 해내는 그 과정이 막연하게 두려웠다. 하나 둘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대학 동기들을 뒤로하고 공무원 준비를 시작하는 스스로가 현실에서 도피한다고 느껴졌다.
그런 나는 오히려 수험 공부를 하면서 공무원의 이상을 갖고 공직의 가치를 알게 됐다.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 떳떳하고 정정당당하게 일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게 좋았다. 국가의 중심을 유지하고 기틀을 다지는, 정말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발령을 받고, 처음 일을 시작한 뒤 든 생각은 시험에 합격해 공무원이 됐다고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것이었다. 되기만 하면 그다음은 술술 풀릴 줄 알았던 것은, 합격까지의 과정이 고됐기에 미처 그 이후를 생각지 못한 나의 착각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내가 맡고 있는 자리에 일이 되게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처리 절차가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도 있지만 같은 업무여도 상황과 조건이 달라 한 가지, 한 가지 할 때마다 고민과 공부가 필요한 일도 있다. 또한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공무원도 일이 참 많다. 친구들은 “네 덕분에 공무원도 초과근무하고 주말 출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일은 많지만, 서로 협조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동료, 선배들의 도움이 정말 힘이 많이 된다. 맡은 일이 힘들 때면 이 자리를 거쳐 간 분들도 다 이랬겠구나 생각하며 이전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고, 선배들과 팀장님께 여쭤보며 조언을 구한다.
무엇보다도 민원인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받을 때 내가 맡고 있는 업무를 잘 설명해 그분들이 원하는 정보를 알려주고 문제를 해결해 도움을 드리면 정말 보람차다. “고맙습니다”라는 인사 한 번에 내가 할 일을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지쳐 있다가도 힘이 난다. 반대로 다짜고짜 화를 내고 소리치는 속상한 전화를 받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내가 부족한 점은 무엇이었는지 고민해보기도 하고, 내가 맡고 있는 일을 한 번 더 꼼꼼히 숙지하는 계기로 삼곤 한다.
사회생활 경험이 없다 보니 나는 공무원에 대해 배우는 동시에 직업인, 사회인이 되는 법 모두에 대해 배워가는 단계이다. 일도 하고, 여러 사람과 화합하는 법도 배우고, 다양한 상황마다 내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익히기도 한다. 앞으로 담당 업무도 여러 번 바뀔 것이고, 공직 생활을 해나가는 것이 결코 쉽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 과연 어떻게 느끼며 생활해 나가느냐는 이제 나의 몫일 것이다. 더 이상 도망치지 말고 내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서 잘 해내고 싶다. 무엇보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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