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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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19.10.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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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주 5일제 근무가 정착되다 보니 요즘은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 분위기가 난다. 금요일 퇴근 후 낚시꾼 남편을 따라 바다로 향했다. 트레일러에 보트를 싣고 밤길을 4시간 정도를 달려 전남 고흥군에 있는 거금도 섬에 도착했다. 거금도는 소록도와의 사이에 있는 거금대교라는 다리로 육지에서 연결되어 차로 들어갈 수 있는 섬이다. 주변에는 연홍도, 허우도 등의 유인도와 형제도, 독도, 오동도 등의 무인도가 곳곳에 있고, 어떤 섬은 기둥 모양의 주상절리가 절벽을 이루며 산의 모양으로 형성되어 주상절리 위의 나무가 바다와 함께 멋진 경관을 이루고 있었다.
다음 날 5시 반에 일어나서 아침을 간단히 먹고 보트에 올랐다. 우리가 온 목적은 문어를 잡기 위해서다. 문어는 수심 100~200m 되는 곳에서 산다. 문어는 바다의 바닥에 살고 있어서 봉돌과 ‘에기’라는 작은 물고기 모양의 미끼용 루어를 달고 바닥에서 깔짝깔짝 흔들며 문어를 유인하다가 낚아채며 잡아 올리는 것이다. ‘에기’라는 미끼 꼬리에는 여러 바늘을 둥글게 구부려 마치 꼬리처럼 보이는 낚싯바늘이 있어서 걸리면 꼼짝을 못하게끔 만들어져 있다. 그러니 물고기는 진짜와 가짜의 구분을 잘하는 것이 생과 사의 갈림길이다. 사실 우리네 신세도 물고기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거짓 뉴스가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거짓된 일에 휘둘려 살고 있지는 않은지, 제대로 보고 바르게 생각하며 진실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고 있는지 매 순간 되돌아볼 일이다.
바다가 없는 곳에서 살다 보니 바다는 경외의 대상이다. 바다를 보노라면 가슴이 탁 트여 시원하면서도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바다가 겉보기엔 매끈하고 잔잔한데 막상 보트를 타고 달리면 덜컹거리기가 이루 말할 수 없고, 시골 비포장도로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요동이 심하였다. 잔잔한 물은 약간의 바람이나 다른 배의 물살에도 반응하며 큰 일렁임으로 다가온다. 바다는 잠깐 사이에도 수시로 모양을 바꾼다. 물이 맑았다가도 금방 위에 부유물이 잔뜩 떠 있는가 하면, 잔잔하다가도 금방 일렁일렁 춤을 춘다.
바다의 바닥이 보이지 않으니 미끼에 의존하여 여기저기 숨바꼭질을 하고 다니느라 많이 잡지는 못하였다. 나에게도 그나마 눈먼 문어 두어 마리가 어쩌다 걸려주어 다행히 먼 곳까지 간 보람은 있었다. 바다 밑바닥은 돌과 해초도 있고 온갖 끊어진 투망 등의 쓰레기도 있어서 묵직하게 걸렸다고 모두 물고기를 잡은 것은 아니다. 첫날은 고급 에기를 달았는데 여러 번 끊어져 부담이 컸다. 게다가 끊어지면 고스란히 바닷속에 쓰레기를 더해주는 꼴이라 그것이 더 못마땅하였다. 낚시하며 위에 떠다니는 작은 쓰레기는 건져왔지만 헌 투망 같은 커다란 쓰레기가 걸리면 어쩔 수 없이 바닷속에 도로 넣을 수밖에 없었다. 플라스틱을 먹어 병들어 가는 바다 생태계에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더 병들게 하지는 말아야 할 텐데 안타깝다. 낚시하는 사람들은 바다 사용 조건으로 1인당 바다 쓰레기를 20ℓ 이상 줍기를 한다면 바다가 조금 더 빨리 치유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음엔 물고기 잡는 양만큼 바닷속 쓰레기도 잡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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