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졸업하면 우리 쌀 어떻게…“당장 영향 없어도 불확실성 우려”
개도국 졸업하면 우리 쌀 어떻게…“당장 영향 없어도 불확실성 우려”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9.10.2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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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WTO 협상 재개시 관세·보조금 대대적 감축 불가피
정부는 “협상 실질적 진전 없다”며 당장 영향 없다지만
양자협상이나 복수국 협정서 농산물 개방 방어 명분 줄어
정부 “민감분야 보호할 수 있도록 유연성 협상 권리 행사”
'WTO개도국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 회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한국의 WTO 개도국 지위 유지를 촉구하고 있다.
'WTO개도국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 회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한국의 WTO 개도국 지위 유지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25일 세계무역기구(WTO) 상 개발도상국 지위를 앞으로 유지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서 향후 우리 쌀을 비롯한 농업 분야에 어떤 타격이 미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언한대로 WTO의 농업협상이 사실상 끊긴 상황이라 당장은 농업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없겠지만, 앞으로 협상이 재개될 경우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차기 협상이 재개된다면 현재 수입산 쌀에 적용되는 고율의 관세나 우리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대대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한국은 현재 513%라는 고율의 관세를 인정받고 있다. 관세율 외에 1조4900억원에 달하는 정부의 농업보조금 총액(AMS)도 조정이 불가피하다. 농업계에서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WTO내 다자협의체인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은 이미 2008년부터 10여년 넘게 가동되지 않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 인도 등의 입장차가 워낙 큰 탓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의미 있는 논의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미래 협상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대비할 시간과 여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DDA 차기 협상은 요원하다고 분석한다. WTO를 주축으로 한 다자무역체계는 이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때문에 정부의 이번 결정이 당장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는 건 무리라는 분석이다. 
 WTO에서 차기 협상이 진행되기 이전까지는 우리가 적용받고 있는 개도국 지위상 특혜도 그대로 유지된다. 정부는 향후 미래에 WTO협상이 전개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우리 농업의 민감분야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유연성(flexibility)을 협상할 권리를 보유·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향후 불확실성이 커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앞으로 양자협정이나 복수국 협정에 나서게 될 경우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더 이상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한 만큼 이런 협상 테이블에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WTO 개혁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다자협상을 추진할 수도 있다”며 “우리가 여기에 참여하게 될 경우를 상정한다면 지금 당장 피해가 없다고 해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 그대로 일대일 힘 대결인 양자협상을 통해 우리에게 농산물 시장의 관세율 인하나 보조금 축소 등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스스로 개도국이 아니라고 선언한다면 방어할 명분이 사라진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 경우라도 우리 농산물 일부를 민감 품목으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할 수는 있지만 여기서부터는 협상력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결정의 핵심적 대안으로 공익형 직불제를 꼽고 있다. 공익형 직불제는 WTO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보조금 감축 요구가 이뤄질 경우에 대한 대응책이다. 
 홍 부총리는 “내년 예산안에 공익형 직불제로의 전환을 전제로 직불금 예산안을 2조2000억원까지 대폭 증액해 국회에 제출했다”며 “향후에도 직불금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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