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와 순자르기
가지치기와 순자르기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9.10.2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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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아직 수확하려면 멀었지만 올 콩 농사가 풍작이다. 다복하니 가지가 많이 벌었고 꼬투리도 여간 많이 달린 게 아니다. 파종기를 놓쳐 남보다 뒤늦게 심은 터라 포기했었으니 그 기쁨은 배가됐다.

서리태가 풍작을 이룬 것은 다 토끼들 덕분이다. 한창 성장기에 토끼장을 탈출한 토끼들이 온 밭을 쑤시고 다녔고 콩 순을 모조리 잘라먹었었다.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토끼장에 가뒀고 문단속을 철저히 했는데, 어느 날 형님이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농사일도 해보지 않았으면서 어찌 알고 순지르기를 잘도 했구나”하셨을 때 깜짝 놀랐었다. 사실 콩은 순 지르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보통 7월 초에 한번 8월에 한번, 5가지에서 7가지 정도 생겨 생장이 적극적으로 일어날 때 순을 잘라주어야 잘린 가지에서 순들이 많이 생겨 또 가지를 만들고 그 가지 사이에서 꽃이 피어 열매를 많이 맺도록 해야만 수확량을 늘리고 좋은 품질의 서리태를 생산하는 농업기술이다. 이렇게 순을 잘라 주는 다른 이유 하나는 콩이 넘어지지 않고 자라도록 하는 것이다. 콩이 넘어지고 땅에 닿으면 순이 발생하지 않고 꽃이 피지 않으며 콩잎과 가지만 무성하고 콩이 열리지 않는다. 이런 두 가지 이유로 서리태 순자르기는 콩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인 것이다.

콩은 단백질이 많아서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식물자원 중 하나다. 실제로 두부를 만들어 먹음으로써 고기의 식감과 맛을 증명했기 때문에 채식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고기 대신 부두를 단백질 공급원으로 식용한다.

서리태는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린 뒤에 수확하는, 작물 중에 가장 늦게 거두어들이는 작물로 껍질은 검은색이고 속은 파란색을 가진 콩이다. 작물의 생육 기간이 길어서 10월경에 서리를 맞은 뒤 11월 중순에나 수확할 수 있으며, 서리를 맞아 가며 자란다고 하여 서리태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다른 잡곡과 함께 밥에 넣거나, 떡을 만들 때 함께 넣는 등 주로 식용으로 쓰인다. 단백질과 식물성 지방질이 매우 풍부하고, 신체의 각종 대사에 반드시 필요한 비타민 B군과 나이아신 성분이 풍부하다.

서리태는 한국이 원산지다. 한국과 일부 중국에서 콩들의 원산지가 많다. 그중 서리태(속청)는 한국이 원산지인 한국의 대표 곡물이다. 서리태는 질소를 스스로 고정하여 질소비료를 만드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서 콩의 원산지와 뿌리혹박테리아가 있는 곳에서만 서식이 가능한 신기한 식물이다. 유럽에서 콩을 키우려면 우리나라 흙과 콩을 같이 심어야 콩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길 하나 사이 이웃에 사과 과수원이 있다. 청주 충주 간 자동차전용도로 건설로 인하여 매입되고 사과나무 3그루만 달랑 남았다. 아무도 돌봐 주는 이 없는 주인 없는 사과나무지만 올해도 영락없이 꽃이 피고 열매도 맺었건만 사과 굵기가 능금만 한 게 형편없다. 가지치기와 접과를 해주지 않은 탓이리라.

물론 가지치기와 순 자르기는 자른다는 것에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혀 다른 의미다. 과수나무의 가지치기는 단순히 제거하여 남아있는 다른 가지를 더욱 튼튼히 기르고자 함이요, 콩의 순자르기는 더 많은 가지를 돋게 하여 많은 가지에 열매를 더 많이 맺게 한다는 것이니, 순을 자르는 것과 가지를 잘라내는 일은 확연히 다른 것이리라.

가지치기와 순자르기의 아이러니한 관계를 보며, 나는 나의 어느 면을 잘라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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