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각선 횡단보도를 아시나요?
대각선 횡단보도를 아시나요?
  • 김동환 청주시 지역개발과 주무관
  • 승인 2019.10.2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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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청주시 지역개발과 주무관
김동환 청주시 지역개발과 주무관

 

대각선 횡단보도, 혹은 X자형 횡단보도라고 불리는 횡단보도는 사거리 등의 교차로에서 가로세로 방향으로 놓인 횡단보도 이외에 대각선 방향으로 가로지르도록 설치된 것을 말한다. 대각선 횡단보도가 설치된 곳은 보행 신호등이 일시에 녹색으로 전환되면, 차량 신호등은 전 적색 신호로 운영하면서 일제히 모든 차량 통행을 일시 정지시켜 보행자들이 어느 방향으로든 동시에 건너갈 수 있도록 한다. 이때 보행자들이 뒤섞여 지나가는 모습을 따와 스크램블 교차로(scramble intersection)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일본과 캐나다에서 주로 부르는 명칭이다.

1940년대 말 미국과 캐나다에서 처음 생겨났으나 보행자보단 차량 통행을 우선해야 한다는 교통공학자들의 의견으로 조금씩 모습을 감췄다. 당시 보행자 통행이 차량 통행보다 우선시 되던 경우는 교통 통제 시간에 한했으며, 나머지 시간대에는 차량이 우선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세계적으로 보행권에 대한 보장과 보행환경 개선 등 인간 중심적인 교통 운영의 중요성이 대두해 교차로 운영을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기존의 틀을 깨면서 횡단보도의 모양도 바꿔 대각선 횡단보도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 청주시에도 산남중학교 사거리, 주중초등학교 사거리 등 19곳에 대각선 횡단보도를 운영 중이고, 연차별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대각선 횡단보도에는 탁월한 교통안전 향상 요소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첫째, 우리나라에서 만연하게 발생하는 차량이 교차로에서 무리하게 우회전하면서 생기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각선 횡단보도가 설치된 교차로는 적색 신호 시 차량 우회전이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음은 물론 일단 전 보행 신호 시 차량은 교차로 내에 진입이 불가능한 교통 체계이다. 둘째로는 대각선 방향으로 횡단 시 기존 ㄷ자 형태에서 X자 형태로 건너게 되므로 기존 2회에서 1회 횡단으로 횡단거리 단축 및 대기 시간이 감소하며 보행 광장화에 따라 다수 보행자가 동시에 횡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도로교통공단이 분석한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 전후 전체 사고 증감률을 살펴보면 설치 전과 비교해 설치 후 사고가 11.68% 감소했으며, 중상 이상 사고의 경우는 사고가 32.41% 감소했다. 또 초등학생, 아동지킴이, 운전자 등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해본 결과 무단횡단 비율 감소, 신호위반 비율 감소, 횡단 시간 감소를 체감하는 등 보행자 안전성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대각선 횡단보도를 만족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각선 횡단보도가 설치된 교차로의 신호체계는 차량 신호등이 전 적색 신호로 운영되면서 모든 차량이 일제히 정지해야 하므로 그만큼 차량 통행에는 지체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교통량이 많지 않으며, 어린이와 같이 교통 약자가 많은 지점에 주로 설치되고 있지만, 차량 통행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저 멀리 교차로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내 아이들일 수도 있고, 부모님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약간의 기다림의 미덕을 가져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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