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언젠가는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10.23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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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조   은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리던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많은 오늘을 살면서 우리는 내일을 생각합니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유보합니다. 내일이 올지 안 올지도 모르면서 생각의 중심은 내일에 가 있습니다.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처럼 중요한 지금을 잊고 살고 있습니다. 문득 들이닥칠 그날과 맞닥뜨리고서야 깨닫습니다. 늦은 후회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지금에 충실해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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