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의 양심은 어디 갔나
학자의 양심은 어디 갔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10.2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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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다.
열심히 살면 큰 부자는 못돼도 밥 굶을 일은 없다는 말을 귀따갑게 들었다.
누구나 열심히 산다. 그렇다고 모두 잘사는 것은 아니다.
공정한 사회를 외치지만 절대로 공정하지 않은 조직 속에서 살아남기가 얼마나 힘든지 기성세대들은 안다.
케이크를 자르는 사람과 케이크를 먹어야 하는 사람 입장이 다르듯이 힘과 권력으로 칼자루를 쥔 사람은 늘 공정함을 강조한다.
이유는 공정하다는 기준을 케이크를 받아야 하는 대다수가 아닌 자신의 잣대로 들이대기 때문이다.
2019년 국감이 지난 21일 11개 상임위 종합감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조국으로 시작해 조국으로 끝난 국감을 바라보며 울부짖는 자영업자의 눈물도, 고시촌을 헤매는 취업준비생의 한숨도 안중에 없는 정치권의 밑바닥을 보았다. 여기에 감사를 받는 피감기관장들의 염치는 불구하고 양심조차 실종된 민 낯을 목격했다.
21일 열린 교육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교육위원들은 여·야로 나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향한 질타를 쏟아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과거 정유라 사건을 들먹이며 의혹만으로 정씨가 다닌 학교를 특별감사했지만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과 관련한 의혹에는 아무런 조처가 없었음을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딸 대학입시 특혜 의혹과 최성해 동양대 총장 허위학력 의혹을 질타하며 유 부총리를 몰아세웠다.
정당, 정파를 떠나 의원들이 지적한 정유라 사건, 조국 전 장관의 딸 의혹, 나경원 원내대표 딸 입시 의혹, 동양대 총장 학위 등은 정치인들이 상대를 몰아세우는 무기나 총알로 작용해서는 안 되는 사안이다. 학교 현장에서 의혹조차 불거져서는 안 되는 일들은 국회의원이라면 당연히 뜯어고치자고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중심을 잃은 지 오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춤추는 교육정책이었지만 올해처럼 힘 있는 정치인이나 교수들에게 휘둘린 적은 없다.
교육부 발표에 의하면 최근 2년 내의 논문 중 미성년자를 공저자로 올린 논문은 총 794건에 이른다.
최근 교육부가 제14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서 미성년 공저자 논문 및 부실학회 실태조사 관련 한국교원대 등 14개 대학 특별감사 및 강원대 사안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14개 대학에서 총 115건의 미성년 논문이 추가 확인됐고, 감사대상이 아닌 대학에도 추가 조사해 보니 30개 대학으로부터 130건의 미성년 논문을 추가로 제출받았다. 이전에 조사된 논문들(549건)을 합치면 794건이다.
교수들의 논문 끼워넣기 실태와 관련해 최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한 캐나다 오타와대 김우재 교수는 “입학 사정관제 때 대한민국의 상류층과 많은 사람이 논문 저자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해외 학술지를 뒤지면 지옥이 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논문 스펙 하나 갖지 않으면 대학에 갈 수 없다는 일부 상류층의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공정을 논하는 것 자체가 역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했다. 학자의 양심은 논문 끼워넣기로 사라진 지 오래인데 강단에서 여전히 지성을 논하는 교수들이 대접받는 사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도 외친다. 모든 사람의 노력을 보장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염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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