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약
만병통치약
  •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 승인 2019.10.2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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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진다. 대부분 가정에 건강보조식품 한두 개씩은 다 있을 정도다.
얼마 전 지인에게 엉겅퀴 가루를 선물 받았다. 엉겅퀴가 몸에 좋다는 말에 직접 채취해서 말렸다가 가루로 빻았다고 한다. 엉겅퀴 가루가 담긴 뚜껑을 열어보니 정성이 참 많이 들어간 것 같았다.
먹기 전에 엉겅퀴의 효능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했다. 알코올 분해, 지열, 고혈압 개선, 피부질환, 수족냉증, 항암, 정력향상, 관절염, 어혈 풀어주는 역할 등의 효능이 있다고 한다. 엉겅퀴가 이렇게 좋은 건지 몰랐다.
며칠 전, 우리 집에 찾아온 초등학생 엄마의 넋두리가 시작되었다. 아이가 3학년인데 아직도 한글을 잘 몰라서 읽기, 쓰기가 전혀 되지 않는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야기의 핵심은 과외 선생님을 좀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다. 내가 봐도 사정이 딱할 정도였다. 알겠다고 대답하니 요구 사항이 점점 많아졌다. 국어, 수학, 거기에다 글쓰기, 논술까지 가르쳐주면 좋겠다고 했다. 아니, 교사가 아닌 만능인을 구해 달라는 말인가? 너무 답답했다. 이처럼 하나의 약으로 여러 효능을 보려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약장수가 등장했다.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확성기 소리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신경통, 류마티스, 관절염에도 좋고, 장도 튼튼해지며, 머리도 맑아지고, 소화도 잘되어 몸에 좋다고 떠들어댔다. 어린 나이인 내가 들어도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어른들은 신기하게 바라보셨다. 그리고는 혹시 모자라서 못 사게 될까 봐 서로 먼저 사려고 소리를 지르고 돈을 먼저 내밀어 흔들기까지 했다.
그 시대에 만병통치약을 찾았던 이유는 힘든 농사일에 지친 팔다리를 고치려는 마음보다는 잠시 고통을 줄이고 다시 일하려는 순순한 욕심이었다. 그저 자식을 위해,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던 모습이었다.
요즘 사람들에게 그 시절에 있었던 약장수 얘기를 하면 말도 안 되는 걸 누가 믿느냐며 그건 무지했던 시절에나 있었던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요즘도 만병통치약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당사자는 만병통치에 빠져들고 있음을 전혀 알지 못한다.
투자하기만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유혹되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믿는다. 아니 믿고 싶어서일 게다. 똑똑한 사람도 뻔한 거짓말을 믿게 되는 건 절박함 때문일까? 아니면 요행을 바라는 마음일까? 그것이 잘못된 길인지를 정작 모르는 건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건지.
지금은 다른 사람을 앞질러야 살아남는 시대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이기고 싶은 건 자신만의 이기심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말하는 만병통치약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걸 왜 모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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