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에 20% 이자가 웬말
초저금리 시대에 20% 이자가 웬말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10.21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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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한국경제가 초저금리 시대로 진입하면서 은행에 맡긴 돈으로 이자를 받아 생활하는 이른바 ‘이자 생활자’들이 비상에 걸렸다.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에 따라 시중은행들도 일제히 예금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0.25% 포인트 인하했다. 2016년 6월 이후 또다시 최저치에 진입한 것이다.
당시엔 조선업 등 산업계 전반의 구조 조정 시기에 이뤄진 금리 인하 조치였지만 이번엔 상황이 만만치 않다.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2% 대 미만에 그칠 것으로 우려되면서 금융권은 내년 1분기에는 사상 최초의 1.00% 금리 시대를, 이후엔 0%대 금리 시대를 맞게 될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은행에 예금하고 그 이자로 생활하는 고령층 이자 생활자들은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다. 이미 저금리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초저금리 시대를 맞게 되면서 원금을 까먹는 수익 구조로 떠밀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내년에 기준 금리를 0%대로 낮출 경우 예금 금리 역시 0%대에 진입하게 돼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경우 은행에 돈을 넣는 사람들은 누구나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살게 되는 셈이다.
은행 금리가 추락하면서 시중 자금이 부동산 투기로 쏠리는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이미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값은 1평 당 1억원 대를 바라본 지 오래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과열도 우려되고 있다. 투자처를 잃은 시중 부동자금이 규제를 피해 지방 부동산 시장으로 쏠릴 것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전망이다.
기준 금리 인하가 예금 금리 인하로 이어지면서 은행을 이탈한 자금이 지방의 수익형 부동산, 주택 시장으로 흘러들어 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서울, 수도권의 부동산컨설팅 업체들은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큰손들을 대상으로 지방 투자를 권유하는 ‘부동산 펀드’를 만들고 벌써 투자자들을 모으고 있다.
국내 유명 경매 사이트에는 최저 연 5% 수익률 보장 등의 문구를 내걸고 고객들을 모집하는 광고가 연일 홈페이지 상단을 장식하고 있다.
무려 1000조원에 달하는 시중 부동자금이 보다 나은 수익률을 찾아 은행 등 금융권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 데 서민들은 여전히 고리대금에 시달리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서민금융을 자처하는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 행태를 꾸짖었다.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가계 대출 총액은 24조원, 연간 금리는 평균 20.2%에 달했다. 1억원을 빌리면 매달 160만원씩, 1년에 이자로만 2020만원을 내야하는 것이다. 원금 상환을 못하고 5년 간 이자만 낼 경우 이자 총액이 원금을 넘는다.
죽도록 일해서 이자 갚느라 허우적대는 금융 약자들. 이들을 위해 시중 부동자금의 1%, 10조원 만 모아서 10% 이하의 저리로 대출을 해주는 제삼의 ‘공금융’을 만들면 어떨까. 물론 투자자들에게 2% 이상의 수익률도 보장하고 말이다. 여전히 관 주도의 서민 금융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지하게 고려해볼 만한 대안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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