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19.10.2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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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여행을 참 좋아한다. 틈만 나면 지금도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처음 나의 여행은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다녔다. 어렵게 떠난 만큼 가만히 있는 것이 뭔가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다. 여행 다녀와서 주변 사람들이 물었다. “이번 여행은 뭐가 가장 좋았어?” 생각 끝에 내 대답은 “에펠타워 앞 샤이오궁 광장에서 밤에 혼자 와인 한잔 먹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내 눈에는 반짝이는 에펠타워가 담겨 있고 내 귀에 이어폰에선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고 입에는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프랑스산 3유로 와인 한잔이 있었다. 내 첫 유럽 여행의 가장 좋았던 장면은 그냥 그곳에서의 여유를 만끽하던 순간이었다.
도서‘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하완 저) 작가는 미술 전공자로 4수 끝에 홍익대에 들어갔다. 대학만 들어가면 모든 인생이 술술 풀릴 줄 알았는데 작가는 달라진 것이 없음에 실망했다. 졸업 후 이어진 직장 생활과 일러스트레이터의 투잡 생활을 하며 열심히 살았다.“남들도 그렇게 살고 있고 그렇게 남들처럼 살아야 앞으로 미래가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라는 이유로 오늘도 인생을 버티고 있음을 깨달았다. 작가는 사표를 냈다. “열정도 닳는다. 함부로 쓰다보면 정말 써야 할 때 쓰지 못하게 된다. 언젠가는 열정을 쏟을 일이 찾아올 테고 그때를 위해서 열정을 아껴야 한다. 그리고 내 열정은 내가 알아서 하게 가만 놔뒀으면 좋겠다. 강요하지 말고 뺏어가지 마라.”라는 이유로 더 이상 열심히 살지 않기로 결심했다.
여행에서도 열정을 쏟아 부어야 할 시기와 열정 없이 다닐 시기의 강약 조절이 필요할 때가 있다. 첫 유럽 여행 때 장기 여행자들과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처음 1~2주는 정말 열심히 다녔다. 하지만 2주 뒤부터는 그냥 다닌다고 너무 다 보려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지 않는다. 내 느낌이 더 좋으면 시간을 더 투자하고 느낌이 오지 않으면 과감히 지나친다고 한다. 그렇게 뭔가 김빠진 콜라처럼 다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뭐든지 힘이 들어가서 잘되는 것을 못 봤다. 그림도, 노래도, 운동도, 어쩌면 인생도 그럴지 모르겠다. 너무 힘이 들어간 탓에 내 인생도 이렇게 삐뚤삐뚤해진 게 아닐까? 힘이 들어가니 힘이 드는 게 아닐까”작가의 말처럼 힘을 잔뜩 주었던 첫 유럽 여행 이후의 내 여행 패턴은 달라졌다. 힘을 빼버렸다. 책 한 권 읽다가 졸리면 낮잠 한 숨자는 여유가 생겼다. 흥미로운 것이 생기면 열정을 쏟았다. 힘을 빼니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맛보진 못해도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다.
‘인생을 여행처럼’이라는 말의 의미가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여행할 땐 모든 것이 즐겁고 좋아하는 것만 할 수 있다. 여행자는 사장인지, 부자인지 비교되지 않는다. 단지 그곳에선 여행객이다. 오로지 오늘을 갖고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기만 하면 된다. 출근도 등교도 집을 나서며 무엇을 하며 즐길지를 생각할 수 있다면 인생을 진정 여행처럼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하지만 가지지 못해도 괜찮은, 가지면 좋지만 가지는 것이 삶의 목표는 아닌, 욕심이 없지는 않지만 욕심 때문에 괴롭지 않은 그런 마음이고 싶다”우린 너무 인생에 있어서 힘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인생 자체가 재미없다면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한 시간이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책의 제목은 하마터면 재미없게 살 뻔했다의 의미인 것 같다. 만약 지금 사는 인생이 재미없다고 느낀다면 힘을 빼고 오늘 하루를 뭐하고 즐길까? 하는 생각부터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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