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문제
중요한 문제
  •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 승인 2019.10.2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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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중년이 되면서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신경이 쓰일 정도다. 얼마 전엔 재래시장에서 검은 콩 간 것을 사 와서 우유에 타 먹고 있다. 샴푸는 바꿔 쓴지 오래고 린스는 탈모에 안 좋다고 해서 쓰지 않는다. 또, 뜨거운 바람이 탈모를 부추긴다 해서 겨울에도 선풍기 바람으로 머리카락을 말린다. 가끔 두피 마사지도 하며 나름 신경 쓴다고 하지만 좀처럼 나의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다 지인이 그림책 『중요한 문제』를 소개해 주었다. `문제는 동전 크기만 하게 시작 되었어.'로 시작하는 이야기다. 와우! 원형 탈모가 시작된 수영강사의 고민이다. 동변상련인 듯 술술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탈모를 관리하는 의사는 심각하게 조언한다. 먹는 약, 바르는 약, 그리고 주의 사항이다. 모자를 쓰면 통풍에 방해가 되니 벗으라는 말과 더불어 땀도 안돼, 뜨거운 목욕 금지, 동물의 털도 가까이하면 안 되고, 채소와 해조류의 식사와 검은색 음식 섭취(커피와 초콜릿 제외) 등이다. 물론 먹고 바르는 약은 규칙적이고 성실해야 한다. 원형 탈모의 주인공 네모 씨는 좋아하던 뜨거운 목욕과 맥주를 끊고 애완견은 집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자전거 출퇴근과 새벽 달리기, 주말 등산을 포기했다. 의사는 이런저런 처방을 말하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강조한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됩니다.'라고. 그만두고 포기한 만큼 네모 씨는 상태가 좋아졌을까, 예민한 부분에 더욱 매달리니 웃음도 없어지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성가시고 사람들이 자기 원형 탈모를 보고 놀릴까 봐 점점 더 신경이 곤두선다. 가발도 써 보지만 스트레스만 쌓여가는 것 같아 우울해졌다.

치료가 소용없던 어느 날, 네모 씨는 안되는 줄 알면서 뜨거운 목욕을 한다. 시원한 맥주를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난다. 새벽 달리기, 바람을 가르는 자전거, 따뜻한 커피와 초콜릿 한 조각, 복슬복슬한 쟈니윤의 감촉…. `좋아하는 것들이 하나둘 떠올랐어. 너무 자연스러워서, 좋아하는 줄도 모르고 당연하게 해 왔던 것들.'

네모 씨는 좋아하는 것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탈모는 어떻게 되었냐고? 중요한 것은 원형 탈모보다 일상에서 누리는 소소한 행복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과 이해가 아니었을까 나름 해석해 본다.

요즘 단체 문자나 카톡에서 말머리나 꼬리에 행복하길 바란다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이다. 일종의 덕담인데 가끔, 행복해야 한다는 지상명령에 나와 타인의 심신을 혹사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그래서 “인간은 행복조차 배워야 하는 짐승”이라고 니체는 말했는지도 모른다. 네모 씨의 완벽하고 행복한 삶에 동전만 한 원형 탈모는 경기장의 선수가 받은 실점과도 같았을 것이다. `탈모만 해결된다면'이란 상상은 주체가 누구인지 모호하다. 네모 씨의 깨달음은 머리카락을 모두 밀어버리고, 아이들에게 `대머리 독수리'라는 놀림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머리를 밀어버린 네모 씨는 오랜만에 활짝 웃는다. 동전 크기만 하게 시작된 문제는 이렇게 끝났다.

하지만 여전히 낯설다. 나를 보며 나만 생각하는 것, 내가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것을 피부 깊숙이 받아들이기 위해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 오늘 무엇을 해야 할까,

역시! 내가 좋아하는 시간을 살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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