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명
나의 소명
  • 김재란 청주시 흥덕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 승인 2019.10.1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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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재란 청주시 흥덕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김재란 청주시 흥덕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푸른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 흐드러지게 핀 무심천 벚꽃, 더운 여름이면 발 담그고 놀던 뒷산의 작은 계곡까지 나의 고향 청주에 대한 유년시절의 기억은 아름다움이었다.

나는 청주에서 나고 자랐는데 중학교에 갈 무렵 다른 도시로 이사를 했다. 그 후 대학을 졸업하고 남편을 만나 연애를 했고 남편과 청주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됐다.

어릴 적 기억이 특별했던 탓인지 내 기억으로는 가로수 길의 플라타너스 나무처럼 오래돼 우거지고 푸른 길도 찾기 어려웠고 봄이면 새하얗게 핀 벚꽃도 무심천 벚나무만큼이나 오래되고 우람한 나무도 없었는데 처음 청주로 이사를 온 후 비염을 겪었다. 그리고 개발 중이고, 개발이 많이 이뤄진 청주를 온몸으로 실감했다.

청주시 공무원으로 근무한 지 이제 3년이 지났다. 지난 3년간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는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듯하다. 개발이 다 이뤄지고 난 뒤 발생하는 환경에 대한 문제들을 사후약방문식으로 해결하려 하니 할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이다. 당연히 민원인들이 요구하는 사항에 발맞추지 못하고 국민신문고에 접수되는 민원사항에는 불만족이 수두룩하다. 개발이 이뤄진 후 발생하는 각종 환경문제에 대해 민원인으로부터 원성은 들을 대로 듣고 지도 점검으로 문제성을 발견하는 부서가 우리 부서가 아닐까 싶다. 출근해서 듣는 이야기가 행정에 대한 불신 각종 욕설이다 보니 환경 관련은 참 고되다는 생각도 들고 이 업무를 앞으로 남은 30년 공직생활 동안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도 많이 들었다.

요즘 침체된 대기의 영향으로 인한 뿌연 대기질, 공장의 악취 등으로 민원은 쌓이는데 아직까지의 기술력으로는 대기의 순환이 빨리 되는 수밖에 없다. 원래 밝은 날씨를 좋아했던 편이었지만 이제 비 오는 날이 좋은 이유는 비가 오면 미세먼지도 내려가고 공사장 비산먼지로 인한 민원이 줄어서일까. 이런 것이 직업병인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릴 적 내가 봤던 파란 하늘 위에 두둥실 구름, 요즘 아이들은 그런 평범한 하늘을 보기 힘들다. 우리가 업무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들도 크지만 이러한 노력 하나하나가 개발로 인한 우리 자연을 보호하고 후대의 아이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줄 수 있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아닐까 생각하며 욕설이 섞인 민원인들의 한 마디도 귀담아듣고 소명을 가지고 업무를 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길, 라디오를 통해 청주시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지원하는 사업에 대한 멘트가 흘러나온다. 라디오를 함께 들으며 아이들에게 “엄마가 하는 일은 청주 시민의 쾌적한 삶을 위해서 환경을 지키는 일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하루여서 오늘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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