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르 파티 그리고 의미
아모르 파티 그리고 의미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19.10.1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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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혼돈과 격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불안하다. 같이 방 쓰기 기피 인물 1호는 음식이나 음악 등의 생활스타일이 아닌 정치적 견해가 정반대인 사람이란다. 촛불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과 태극기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이 한방을 쓰는 것이 가장 불편하단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상황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젊은 세대 삶의 주류는 `재미', `지금-여기', `소확행' 등을 추구한다. 심리학자 최인철 교수는 이러한 젊은 세대를 `재미형 인간'으로 표현했다. 이들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 것을 인생의 의미로 삼는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재미는 창의의 원천이며 삶의 활력소로 우리 안의 재미 본성을 억압하거나 도덕과 원칙을 내세워 유머를 추방해서는 안 된다. 실없음과 유치함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하며, 죽는 순간까지 내 눈동자에서 장난기가 사져서는 안 된다.

한편 특별하게 즐겁지는 않아도 자기에게 주어진 사명을 묵묵히 실천하며 일상을 그럭저럭 잘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 불공정과 부조리에 맞서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싸우는 사람들,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고난받고 사는 사람들을 최인철 교수는 `의미형 인간'으로 불렀다. 물론 개인의 삶을 무 자르듯이 `재미형 인간의 삶', `의미형 인간의 삶'으로 구분 짓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어리석은 일이다.

강렬한 기계음에 맘을 맡기며 외치는 아모르 파티, 젊은이들까지 열광하며 트로트 가수 김연자의 화려한 부활을 가져왔던 노래 아모르 파티. 이 노래에는 재미형 삶과 의미형 삶이 동시에 녹아있다. 가사의 일부, 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파티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이제는 더 이상 슬픔이여 안녕 /왔다 갈 한 번의 인생아….

아모르 파티(Amor Fati)는 운명애(運命愛, love of fate)라는 뜻의 라틴어로 철학자 니체( F. W. Nietzsche)가 1882년에 펴낸 저서 `즐거운 학문'에서 사용하여 유명해진 어구다. 니체는 본 저서에 “나는 필연적인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보는 법을 배우려 한다. 그리하여 나는 사물을 아름답게 만드는 자가 될 것이다. 아모르 파티! 지금부터 이것이 나의 사랑이어라! 나는 추한 것과 전쟁을 벌이지 않으련다. 나를 고발하지 않으련다. 나는 고발자들을 결코 고발하지 않으련다(중략)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오직 긍정하는 자가 되려 한다”라고 썼다.

니체에게 있어 운명은 인생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말하며, 고통과 상실, 사소한 것과 중대한 일, 좋은 것과 나쁜 것 등을 모두 포함한다. 운명을 사랑하라는 것은 이것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라는 의미이지만, 운명에 굴복하거나 순응하라는 의미와는 정반대의 뉘앙스이다. 아모르 파티는 자신이 진정한 삶의 주체로서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철학 개념이다.

유대인 정신과의사인 빅터 플랭클(V. Frankl, 1905-1997)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1%의 생존율에도 미치지 못했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았으며 그 후 유능한 정신치료자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 프랭클은 니체를 인용하여 “왜 살아야 하나 하는 인생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나갈 수가 있다.” 라며 인간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정신자세는 `의미를 지향하는 의지(Will to Meaning)'라고 말하였다.

불안한 시간, 혼돈의 시간, 흔들리는 지금, 의미형 인간의 삶이 필요하겠다. 지금 이 혼돈의 의미는 무엇이며, 조국 전 장관의 임명과 사퇴 의미는 무엇이며, 태극기와 촛불은 내게 의떤 의미인가. 그리고 마음을 다잡는다. 진짜 아모르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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