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는 잊혀질 권리가 없다
범죄는 잊혀질 권리가 없다
  • 나승균 충북경찰청 디지털포렌식계 경감
  • 승인 2019.10.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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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균 충북경찰청 디지털포렌식계 경감
나승균 충북경찰청 디지털포렌식계 경감

 

최근 유럽에서 온라인상에서의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효가 지났거나 부적절한 정보에 대해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잊혀질 권리' 다소 낯선 개념인 잊혀질 권리에 대한 관심은 사물인터넷(IoT)이 발달하고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예전에 내가 했던 행위를 지우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범죄는 잊혀질 권리가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결정적 증거였던 태블릿PC에서 삭제된 정보를 복원하기 위해 활용되면서 일반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디지털 포렌식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문서 파일이나 이메일, 소셜 미디어(SNS) 등을 통해 주고받은 메시지 등 `디지털 증거'를 어떻게 추적·복원·분석해 내느냐가 수사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키(Ke y)로 떠오르고 있다.

포렌식이라는 용어는 법의학을 의미하는 영문 forensic 발음을 그대로 표기한 것이다. “접촉하는 두 물체 간에는 반드시 흔적이 남는다”라는 로카르드 교환법칙처럼 사건 현장에는 지문, 혈흔, 발자국, 탄알 흔적 등 매우 다양한 흔적이 남는다. 이런 흔적을 분석해 내는 활동을 포렌식이라고 한다. 지문, 혈흔과 같은 아날로그 증거 분석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사건은 디지털기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디지털 포렌식의 대상은 데스크탑, 노트북, 라우터, 휴대폰, 네비게이션을 비롯하여 차량용 블랙박스, CCTV, 의학용 전자기기, 스마트 TV, 전자시계, 디지털도어 등 디지털 흔적이 남을 수 있는 어떤 디지털기기도 포함한다. 디지털 포렌식은 모든 사건에 활용되고 있다.

전국의 각 지방경찰청의 디지털증거 분석건수는 2011년 7388건에 불과하던 것이 2015년 2만4295건, 2018년 4만5000여건 등 매년 급증하고 모든 수사영역에서 사건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디지털 포렌식 없이는 수사를 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충북에서는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알리바이를 철저히 준비하여 범행을 부인하던 범인을 디지털 포렌식 수사를 통해 범행 시간대 이동경로를 추적하여 알리바이가 거짓임을 밝히고 범행을 위해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검색했던 범행수법을 찾아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였다.

최근에 많이 발생하는 범죄 중의 하나가 스마트폰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범죄이다.

청주의 한 의류매장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여성의 옷 갈아입는 영상을 몰래 촬영하던 범인을 검거하여 범죄에 사용한 스마튼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결과 범인의 스마트폰에서 다른 범행 장소에서 8건의 추가 범행사실을 발견하여 구속한 사건도 있었다. 피해자는 초등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연령대 구분이 없고 피의자 또한 남녀노소가 따로 없이 다양하다. 그러나 경찰에 신고되는 몰래카메라 이용범죄는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삭제했던 자료까지 복구되고 범죄의 혐의가 입증되어 반드시 처벌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범죄지만 `범죄는 잊혀질 권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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