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는 소나기에 불과한가
국정감사는 소나기에 불과한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10.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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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지적받는 것만큼 불쾌한 일이 없다. 쓴소리는 약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들으면 마음 상하고 기분 나쁘다.

잘한 일은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잘못한 일은 살짝 눈감아주고 덮어주면 좋을 듯싶지만 세상이 어디 그런가.

국정감사는 피감기관으로선 늘 가시방석이다. 앉아 있으면 불편하고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오롯이 감내해야 한다. 대답도 속시원히 못 하고 버벅대면 더 큰 질타가 쏟아진다.

충청권 4개 시·도교육청과 국립대·병원 10개 기관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정감사가 14일 대전광역교육청에서 시행됐다.

올해도 쏟아진 국감 자료로 인해 피감기관들의 민낯이 드러났다.

국회의원들이 조목조목 들이대고 따지고 지적하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는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단지 숫자를 갖고 장난치는 사람이 문제일 뿐.

올해도 교원들의 비위부터 정책 위반 등 수많은 질의로 국감장을 긴장시켰다.

학생을 가르치는 학교 현장도, 지성인을 길러내는 대학도, 미래의 교원을 양성하는 교육대와 한국교원대도 국회의원들의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매년 국정감사가 열리고 국회의원들은 매년 지적한다. 그리고 피감기관들은 앵무새처럼 “개선하겠다”“시정하겠다”“송구스럽다”는 말을 내뱉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국정감사를 통해 지적하면 개선돼야 함에도 매년 지적할 내용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한다.

왜일까? 피감기관들이 국정감사를 잠시 피하면 그칠 소나기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

국회 박용진 의원은 이날 지난 2014년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국립대 식권 끼워 팔기 사안을 거론하며 당시 국립대 총장 대부분이 기숙사 의무식 제도를 시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한국교원대, 충남대, 충북대 모두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되레 사립대는 개선을 했는데 국립대가 식권 끼워팔기를 지속하고 있다며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을 방치하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날 한국교원대는 법인카드깡, 규정 우회 쪼개기 행위, 무분별한 예산 전용 등 수많은 비위에 대한 질타로 임기만료를 몇 달 앞둔 류희찬 총장을 곤혹스럽게 했다. 교원대 지침이 있어도 매년 10억 이상 예산 전용이 자행되고 있다. 또한 2014년 교육부 종합 감사에서 규정상 입주기간이 3년으로 규정된 교수 아파트 운영 문제를 지적했지만 전체 교수의 82%인 87명이 3년 이상 머물고 있고 심지어는 1996년부터 24년간 살고 있는 교수도 있다.

거점대학 청렴도 1위를 내세웠던 충북대도 지난해 교육부 감사에서 지적건수 52건, 396명이 처분을 받은 결과로 답변에 나선 김수갑 총장이 진땀을 흘렸다. 연구비를 사적으로 쓰고 증빙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교수, 제자의 석사 학위 논문을 아무런 출처 표시 없이 자신의 논문 실적으로 게재한 교수, 카메라를 활용해 강제 추행한 교원에게 정직처분을 내리는 등 대학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이 국회의원 입에서 줄줄이 나왔다.

학교에서는 동료라서 봐주고 구성원이라서 넘어간다. 국정감사장에서 고개 한번 숙이면 일 년이 편안하니 견디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팽배해 있으니 매년 지적해도 피감기관들은 변하지 않는다.

지방대학이 위기라며 대학들은 지자체에 손을 내밀고 지역 주민을 설득한다. 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고.

하지만 국감자료만 본다면 대학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위기를 자초한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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