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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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선옥 금왕교육도서관장
  • 승인 2019.10.1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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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정선옥 금왕교육도서관장
정선옥 금왕교육도서관장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 중 하나는 높은 공감 능력 때문이라고 한다. 감정을 잘 표현하고, 상대 감정을 읽고 배려하는 능력이 이들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6세~16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공감 능력을 키우는 정규 수업 과정도 있다. 수업은 감정 카드를 아이들에게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자연스럽게 감정 익히기. 2인 1조가 되어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고 상대의 고민을 듣고 난 뒤 해결책을 함께 이야기하기 등이다. 다양한 과정을 통해 상대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감정을 이해하는 법을 가르친다.

도서 `아몬드(손원평 저·창비)'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 윤재가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새로운 관계를 맺고, 슬픔에 공감하며 성장해가는 소설이다.

“내 머릿속의 아몬드는 빨간 불이 잘 안 들어온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왜 웃는지 우는지 잘 모른다. 내겐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두려움도 희미하다. 감정이라는 단어도, 공감이라는 말도 내게는 그저 막연한 활자에 불과하다.”

16세 소년 윤재는 `감정 표현 불능 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뇌 구조 중 `아몬드'라는 편도체가 작아 공포, 불안감, 분노를 느끼지 못한다. 엄마와 할머니의 사랑 덕분에 잘 지냈지만, 생일에 눈앞에서 가족이 사고를 당하고 힘겨운 홀로서기가 시작된다.

다행히 윤재 곁에는 윤재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심 박사와 친구 곤이, 도라가 있다. 윤재의 병은 선천적이지만 친구와 주변 사람의 사랑을 통해, 엄마가 운영하던 헌책방에서 책을 읽으며 조금씩 호전된다.

어릴 때 부모를 잃고 보호 시설과 소년원을 전전했던 친구 곤이는 세상 사람의 잣대로 보면 괴물이 되었다. 곤이는 친구 윤재와 서툰 사랑 표현에 시행착오를 겪지만, 서로의 아픈 상처를 보듬으며 고통을 이겨내고 진정한 우정을 나눈다.

윤재와 곤이가 겪은 청소년 시절의 파란만장한 삶에 충분히 공감할 수는 없지만, 우리 주변에 두 소년이 있음을 안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도, 괴물로 만드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는 작가의 말이 울림을 준다.

도서관 오후 4시. 중학생들이 도서관에 오는 시간이다. 자료실에서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할 때 청소년 추천도서 코너로 데려가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게 한다. `아몬드', `완등이', `페인트'는 꾸준히 인기 있는 청소년 소설이다. 우리나라에는 덴마크처럼 공감 능력을 기르는 정규 교육과정은 없지만,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한`한 학기 한 권 읽기'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스스로 선택한 소설을 읽으며 책의 등장인물과 나를 비추어 공감 능력을 키우고, 타인을 배려하는 인성을 가꾸는 데 도움이 되는 바람직한 독서 방향이다.

`아몬드'를 읽고 친구들과 토론하면서 윤재, 곤이의 감정 상태를 이야기하고, 서로의 경험, 고민을 나누면서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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