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촉진법
벤처기업촉진법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10.1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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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지난 주말, 인터넷에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이다. 생체인식 솔루션 개발업체 사장으로 이름이 잘 알려진 그는 이날 한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포털에서 갑자기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그의 인터뷰 기사는 불과 몇 시간 만에 1000여 건의 댓글과 4000여 건의 (호불호) 반응을 받을 정도로 뜨거웠다.

그는 인터뷰에서 정부 당국과 정치권에 쓴소리를 내뱉었다. “정부의 순수한 동기와 의지는 믿는다. 하지만, 뭔가 이뤄진 건 하나도 없다.. 정부가 들어서고 2년 동안 된 게 뭐가 있나”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벤처기업들에 꼭 필요한) 벤처기업법과 벤처투자촉진법이 1년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법이라 당연히 통과될 줄 알았는데 어이가 없다”.

1만4905개 회원사를 둔 벤처기업협회 회장으로 낸 목소리이기에 반향은 컸다. 기사가 포털에 올려지자 곧바로 댓글이 쏟아졌다. 대부분 현재의 경제 위기 상황을 걱정하며 정부와 정치권을 질타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야권을 지지하는 누리꾼들 사이에선 정부를 비판하고 성토하는 내용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눈길을 끈 것은 안 회장의 현 한국 경제에 대한 지적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현재는 명백한 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한국이) 열심히 안 한다는 게 아니다. 단, 우리가 시속 100km로 달리면 경쟁자는 시속 110km, 120km로 달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경제적 `적국'인 중국, 일본, 미국을 의식한 말이다.

이 인터뷰 기사는 안 회장의 지적에 대해 한국경제원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심각성을 일깨워줬다. 한국경제원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4차 산업 경쟁력을 100으로 볼 때 미국은 130, 일본은 117, 중국은 108로 나타났다.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춰야 할 4차산업 분야에 한국이 중국보다 뒤처져 있다는 점은 심각하다.

실제 중국은 드론이나 장비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국내, 아니 전 세계에서 팔리고 있는 상업용 드론의 90%가 중국산이라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한국의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규제에 가로막혀 국외로 떠나는 사이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세계 시장을 `거침없이'휘젓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는 여전히 정쟁에만 몰두해 민생과 경제를 외면하고 있다. 안 대표가 `1년째 벤처 기업 관련 법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고 작심하고 비판할 정도다.

특히 그가 주말 인터뷰에서 언급한 벤처투자 촉진법에 대한 업계의 기대는 크다. 이 법안은 1986년 제정된 중소기업창업지원법과 1997년 제정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으로 나뉜 벤처 투자 관련 법을 하나로 합친 것이다. 두 가지 법이 서로 유사하면서도 각각 다른 법을 적용받고 있어 업계에서는 신산업 투자에 대한 제약과 함께 이중규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다양한 민간 주체가 벤처투자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완화한 법안으로 업계가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광주형 일자리 창출 사업과 연계해 처리하려는 여당과 그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반대하는 야당의 충돌로 발의한 지 2년이 다 되도록 상임위에서 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하향곡선만 그리는 한국의 4차산업 경쟁력 지수. 정치권에 대한 불신만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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