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주화의 오류
범주화의 오류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19.10.1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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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우리 뇌는 모든 것을 완벽히 기억하지 않는다. 뇌는 기억과 정보를 불완전하게 처리한다. 뇌가 선택한 최적의 생존 전략이다. 만약 뇌가 정확하게 기억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한다면 큰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보자, 어떤 여행자가 아프리카에서 수사자를 만났다. 죽을 힘을 다해 도망쳐 겨우 살아났다.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 뇌는 생존을 위해 확실하게 각인해 둔다. 몇 개월 후 여행자는 같은 장소에서 암사자를 만났다. 만약 뇌가 완벽한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한다면 수사자와 암사자를 다른 동물로 볼 것이고 위험에 대처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암사자를 보자마자 위험을 감지하고 재빠르게 도망친다. 몇 개의 특징만으로 전체 상황을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정보처리 방식 덕분에 여행자는 위험에서 벗어나 생존한 것이다.

이런 뇌의 정보처리 방식을 `범주화'라 부른다. 우리가 접하는 일상의 사물, 개념, 현상을 특정하게 분류하여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접하는 대상들 가운데 어떤 것들을 `나무'라고 부른다. 어떤 것을 나무라는 이름으로 범주화하면 그것이 `풀'이나 `돌'과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모양이나 특성이 다른 수많은 나무를 나무라는 하나의 단순한 개념으로 통합한 것이다. 범주화의 능력이 없다면 우리는 새로운 것을 만날 때마다 모든 것을 새롭게 기억해야 한다. 이것이 반복되면 뇌는 저장 용량의 한계와 에너지 과다 소비로 인해 기능을 멈추게 될 것이다(이정모 외, 인지 심리학).

현대사회는 더 복잡해져 뇌는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효과적인 범주화 전략을 더욱 선호하게 되었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모든 경우를 고려하지 않고 나름대로 발견한 편리한 기준에 따라 일부만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세상을 단순화시킴으로써 상호작용을 더 잘해 나가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범주화가 심화하면 세상을 우리와 다른 편으로 나누고 다른 편에 대한 이유 없는 적대와 증오심을 갖게 된다. 여기에 `고정관념'이 더해진다면 상황은 치명적이다. 범주화는 고정관념과 만나 편견과 증오를 생산하고 폭력으로 막을 내리는 오류에 빠진다.

작금의 조국 정국이 이렇다. 검찰과 언론은 범주화의 오류에 빠졌다. 드러난 사실을 모두 고려하지 않고 스스로 만든 기준으로 범주화시켰다. 특정한 방향을 정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편견의 늪에 빠진 것이다. 편견과 고정관념의 틀을 부수어야 사실이 바로 보인다. 지금처럼 거의 모든 언론이 검찰의 범주화에 똑같이 반응해서는 안 된다. 깊이 있는 사고로 범주화의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검찰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선입견과 범주화의 덫에 걸린 것은 아닌지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 언론은 더 심도 있는 직접 취재를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사건을 해설해 주어야 한다. 어느 한 쪽의 관점에서 일방적인 해설을 하면 안 된다. 뿌리 깊은 고정관념과 선입견은 우리 사회에 너무나 큰 폐해를 준다. 더 좋은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편을 나누고 이유없이 상대를 증오하는 범주화의 오류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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