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토화 직전의 일본 관광업계
초토화 직전의 일본 관광업계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10.0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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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일본의 여행·숙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6일 `여름 휴가철(7~8월) 한일 여행의 경제적 영향 분석'이란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7, 8월 두달간 한일 양국의 관광 교류 위축에 따른 일본의 생산유발 감소액이 3537억원에 달했다. 반면 한국은 10% 대 수준인 399억원에 불과했다. 일본의 피해 규모가 한국에 비해 9배나 됐다.

한경연은 한국관광공사와 일본정부 관광국에서 발표한 방문자 수와 여행항목별 지출액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기간 원화와 엔화의 평균 환율을 적용해 이 같이 추산했다. 두 기관에 따르면 이 기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87만 4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6% 줄었다. 반면, 방한 일본인은 60만4482명으로 같은 기간 10.3% 증가했다. 일본인 관광객이 줄지 않은 이유는 한일 갈등이 본격화한 즈음 이전에 한국 여행을 예약한 일본인이 예약을 취소하지 않은 때문으로 풀이됐다. 일본은 예약 취소를 금기시 하는 문화가 전통적으로 내려오고 있다.

분석 결과 양국 관광객 여행지출로 인한 일본의 생산유발액은 지난해 7~8월 1조 3186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9649억원으로 감소했다. 전년 대비 무려 27%나 줄어든 것이다.

일본에서 한국 관광객 감소로 가장 많이 피해를 본 지역은 큐우슈우 지역과 홋카이도 등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일본 남부 큐우슈우 지방의 경우 한일 갈등이 시작되기 이전인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관광객이 감소했다. 특히 유후인, 벳푸 등 한국인의 효도 관광지로 유명한 남부 온천 관광지의 경우 60% 이상 한국인의 발길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대표적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르뽀 기사에서 8월 한달 간 유후인 등 온천 관광지로 유명한 오이타현의 한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8%가 줄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언론들이 침묵하고 있지만 한국인 관광객 덕분에 호황을 누렸던 지방 관광 업계는 초비상이다.

서울에 소재한 한 일본 관광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일본 언론에 보도가 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인 방문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특히 현지 남부 지방의 여행 숙박 업계는 초토화 상태”라며 “지난 6월 부터 한국의 항공사들이 일본행 운항 노선을 크게 줄인 것만 봐도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귀띰했다.

지난달 24일 한국을 방문한 사사키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이 국내 언론에 일본 관광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실토했다. “중국, 미국에서 관광객이 더 많이 오고 있다”며 애써 피해 사실을 부인하던 일본 정부와 달리 `공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나온 불만 섞인 목소리다. 그는 이날 제51회 한일 경제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양국의 경제인 300여명은 한일 갈등을 풀기 위해 양국 정부의 대화를 촉구하는 성명도 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성명이 나온지 보름이 지나도록 아무런 반응을 하지않고 있다. 오로지 아베 정권의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된 일본의 대한 경제 제재. 자국 경제계의 목소리까지 외면하는 꿋꿋함을 보니 `역시`아베 정권'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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