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일등 배동구
가짜 일등 배동구
  •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19.10.0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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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일하다 애들이 뭘 하고 있나 살짝 들여다본다. 가끔 숙제를 하기 싫어서 아무 숫자나 채워 넣거나, 휴대폰 계산기를 쓰거나, 학습지 답을 인터넷 검색으로 찾는 아이들도 있다. 타이르고, 달래면서도 참 씁쓸하다.
몇 년 전 생각이 났다. 한 아이가 대충 봐도 별 중요하지 않은 것을 종이에 빽빽이 쓰며 시간을 들여 외우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그것도 그 애가 대충 했다면 그냥 넘겼을 텐데, 진심으로 열심히 쓰며 외우고 있기에 보다 못해 문제집에 나온 것 중에 네모 친 것이 시험에 잘 나오며, 중요한 것이니, 그걸 외우라고 알려 준 적이 있다.
되돌아보면 나도 어릴 적에 막상 공부의 비법이나 요령을 배운 적은 없는 것 같다. 공부하는 법 개인 방송이나, 공부의 신 강성태, 카페나 여러 블로그가 뜬 것도 몇 년 되지 않은 것 같다. 공부를 하라고는 하는데, 공부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는지는 배우지 못했던 것 같다. 공부법 책을 찾아봐도 고등학생의 대학 합격 수기, 공부법 등만 보이고 막상 한창 공부해야 할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교까지의 아이들에게 권해 줄 만한 마땅한 책이 없었던 거 같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 ‘가짜 1등 배동구’(박철범 글·다산지식하우스)를 봤다. 재미있겠다 싶어 뽑아들어 잠깐 읽어 봤는데, 꼴찌 했다가 1등으로 서울대와 고려대를 거치고 다수의 공부법 책을 지은 저자가 쓴 소설책인 듯했다. 책을 잠깐 살펴보는데 왠지 이 책은 재미있을 것 같다는 감이 딱 온다.
책은 진짜 재밌었다. 사실 공부법 책이라 항상 듣는 교과서를 잘 봐라, 예습, 복습하라는 책이면 중간에 덮으려 했다. 그런데 이 책은 공부하기 전의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공부를 잘하는 비법은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로 시작하는 거다.’ 라고 말한다. 갑자기 반성이 되더라.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나에게 직구를 던진다.
공부법에 대해 알려주면서도 소설이 주는 재미를 잘 살렸다. 배동구. 곡삼면에 사는 전교 꼴찌, 중 3인데 수학은 기초가 하나도 없어서 중1 수학도 조금은 끙끙대며 푸는 공부 못하는 아이가 주인공이다. 동구가 학원이 망해 들어가게 된 공부방에서 혜연이라는 여자애를 만나고 좋아하게 된다. 동구 친구가 장난으로 말한 학교 전교 1등이라는 말에 진실을 말할까 말까 한참 갈등하다, 자존심 때문에 한 번 진짜 1등 해보자 하며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라이벌이자, 명문중 1등인 민제와 붙어 대결한다는 풋풋한 이야기가 너무 좋아서 흐뭇하게 읽었다. 작가라는 꿈은 있지만, 현실 때문에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는 나리 쌤 이야기나, 심리학을 전공해서 먹고살기 위해 다시 리트 공부를 하는 용빈이 이야기도 공감이 갔다. 진로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도 공감이 갈 듯하다. 인물들을 그림으로 잘 살린 것도 좋더라. 무엇보다 고등학생이 아니라 중학생이 주인공이고, 공부의 노하우를 과하지 않게 잘 알려주는 것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한 학교에서 만난 세 사람을 보면서 뒷이야기를 상상해보는 그런 즐거움도 있었다.
올해 학교도서관 도서 구입은 끝났거늘… 조금 더 일찍 이 책을 알았다면 이 책도 넣어 놨을 텐데. 하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내년 책 구입 목록을 작성하며 이 책을 추가해 놔야겠다. 누구에게 권해주든 좋은 책이 될 듯하다. 다들 공부와 진로 때문에 고민 안 해 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 고민이 다 녹아있는 즐겁고 유익한,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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