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곰과 젤리곰
초코곰과 젤리곰
  •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 승인 2019.10.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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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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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수업시간에 지금의 학교와 옛날의 서당을 비교해보는 시간이 있었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내는 놀이 수업이었는데 옛날엔 여자들은 서당에 다니지 못했다는 얘기를 하자 아이들이 의아해했고 어떤 여자아이는 분개하기도 했다. 그때는 문화와 제도가 그랬다는 옹색한 대답을 하면서 요즘 시대를 생각해 본다. 학자들은 신석기와 청동기 시대를 가르는 기준을 계급의 탄생으로 본다. 계급이 생긴 이래 사람은 한 번도 평등했던 적이 없다. 여성의 삶 역시 언제나 남성의 뒤에서 혹은 옆에서 중요한 부품으로 작동되는 열등한 존재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차별을 이야기하자면 어디 성차별 뿐이겠는가, 차별이야말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고 지금도 횡행하고 있다. 『초코곰과 젤리곰』은 프랑스 작가 ‘얀 케비’의 작품으로 인종 차별이 극심하던 시대,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가 버스 앞쪽 백인 좌석에 앉아 끝까지 흑인 좌석으로 옮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되어 재판까지 받은 기록을 보고 그림책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런 심각한 상황을 과자와 젤리를 통해 표현한 작가의 재치와 상상력을 칭찬하고 싶다.
초코곰과 젤리곰은 처음 과자 공장에서 만났다. 초코곰은 생산라인에서, 젤리곰은 사무실 관리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들은 보자마자 첫눈에 반하고 사랑에 빠졌다. 결혼하고 행복한 시간으로 즐거워야 할 때이지만 이들 부부는 밖에서는 함께 하기가 힘들다. 초코곰은 초코곰끼리, 젤리곰은 젤리곰끼리 다녀야 한다는 사회의 암묵적 문화와 제도 때문이다. 버스에도 자리가 정해져 있고, 수영장도 마찬가지였다. 젤리곰이 초코곰을 늘 위로해주었지만 초코곰은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치료 중에 초코곰은 왜 내가 이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사랑하는 젤리곰과 왜 마음껏 밖에서 놀 수 없는지에 대한 슬픔으로 힘들어했다.
그래서 그들은 차별과 편견이 없는 ‘가장 맛있는 나라’로 떠나기를 결정한다. 여행하면서 많은 손가락질을 당했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맛있는 나라’로 가는 버스를 탄다. 처음으로 둘은 나란히 앉아 갈 수 있었다. 그들은 ‘가장 맛있는 나라’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초코곰과 젤리곰에게 과자 집과 강아지가 생긴다. 그중에서 가장 기쁜 일은 아기 초코틴과 젤라코가 태어난 것이다. 행복하게 살았다는 말 말고 어떤 말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이렇게 간단하고 아름답지 못하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장애를 갖고 있으므로, 성 소수자라서, 돈이 없어서, 혹은 이주민 노동자라는 것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사례가 매일 빼놓지 않고 인터넷 뉴스를 달구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차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일상의 요소요소에 차별이 자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결정 장애’라는 말이 그렇다. 결정을 한 번에 못하는 성격을 두고 ‘장애’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장애에 대해 열등하다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그것을 언어로 말함으로써 부족하다는 관념을 확정하는 모양이 된다.
대부분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타심을 갖고 있다. 존엄에 대한 예의도 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 없이 뱉어내는 나의 작은 말투 하나, 행동 하나를 성찰해본다면 익숙한 차별에 무덤덤함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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