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의 입장
중도의 입장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9.10.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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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나라가 두 동강이 났다고들 한다. 서울 광화문과 검찰청사 앞에서 벌어지는 상반된 집회가 이 같은 우려를 낳는다. 국론 분열의 책임을 한쪽은 문재인 대통령의 독선으로, 한쪽은 검찰의 반개혁적 행태로 돌린다. 진영 간 극렬한 대치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종결될 것인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과연 봉합이 되기는 되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지금의 여론은 두 동강이 아니라 세 동강이 난 형국이다. 광화문에도 서초동에도 동참하기를 거부하거나 망설이는 제3의 진영이 확장되는 중이다. 좌냐 우냐를 강요받는 현실에서도 중도층이 늘어나는 것은 지금 조국 법무장관과 검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과열됐기 때문이다. 선동과 증오의 수위가 높아져 제3의 판단이 들어설 틈이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진중권 교수는 지금의 상황을 두고 “(모두) 미쳐버린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중도의 심정이 비슷하리라.
검찰은 국회와 더불어 국민으로부터 가장 불신받는 기관으로 꼽혀왔다.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손봐야 한다는 여론은 수십년 전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영장남발과 강압수사, 별건수사, 제식구 감싸기 등 고질적 적폐들은 청산되지 않았다. 대부분 정권은 개혁보다 그들과의 담합을 선택했다. 덕분에 우리 검찰은 하명(?)받은 수사, 죽은 정권에 대한 수사에는 이골이 났다. 방법론에서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검찰을 개혁하자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다. 검찰개혁은 문재인 정권도 화급한 과제로 꼽았다. 공수처 설치와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등을 추진했지만, 2년 반 동안의 진도를 보면 미흡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조국 사태에 직면해서야 검찰개혁이 발등의 불이 된 연유가 이런저런 해석을 낳는 이유이다.  
그래서 중도는 ‘검찰개혁’과 ‘조국수호’가 하나의 기치로 휘날리는 장면에서 의문을 품고 묻는다. 조국 장관을 부정하면 반개혁적 세력이 되는 것이냐고. 검찰 개혁에는 동의하지만 그 주도권은 조국 장관보다 국민적 신망이 두터운 다른 인물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면 당신들의 적이 되는 것이냐고 묻고 있다. 조국 파면을 외치는 광화문도 중도에게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까지 거론하는 장면에는 공감하지 못한다. 거칠고 모진 언사에 조국 장관에 대해서만 준엄한 법치를 외치는 일방적 구호도 거슬린다.
광장의 민심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달 초 여론조사(리얼미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동반 하락했다. 특히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1.5%로 오른 반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4.8%로 떨어졌다. 부정평가의 내용은 더 심각하다. ‘매우 잘못한다’는 응답이 39.1%로 40%에 육박했지만 ‘잘못하는 편’이라는 응답은 12.4%에 머물렀다. 대통령을 부정하는 비율보다 부정의 강도가 갈수록 더 세지는 추세다. 한국당 지지율은 소폭 올라 32.6%를 기록했지만 흔들리는 중도를 흡수할 수 있는 호기를 날려버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지만 중도의 입장은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집권당도 야당도 이들을 설득하고 공감을 얻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제 편의 동원에만 몰두할 뿐이다. 마치 담합이라도 한 모양새다. ‘선거 때가 되면 어차피 이쪽 아니면 저쪽 일 테지’하는 오만의 냄새도 풍긴다. 이념과 지역과 세대를 발판으로 한 양당정치의 폐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요즘이다. 집권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부터 방황하는 중도의 고민과 좌절을 헤아려야 한다. 누구보다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6주째 긍정평가를 뛰어넘고 있는 대통령이 중도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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