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인 청렴
도덕적인 청렴
  • 이인직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 승인 2019.10.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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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직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이인직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청렴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는 청렴은 욕심이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옛 선비들은 일금일학(一琴一鶴), 안빈낙도(安貧樂道)라 해서 세속적인 욕심을 버리고 없음에 만족하고 즐길 수 있는 삶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삶이라고 했다. 그들은 벼슬과 제물을 다 버리고 물 좋고 경치 좋은 곳에 자리를 펴고 문화를 즐기는 신선이 되자고 했다. 이러한 선비들의 자세를 물려받아서 청렴 행사, 청렴 표어 등에서 욕심 없는 삶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욕심 없는 삶을 청렴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반쪽짜리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욕심이 없을 수 없고 없어서도 안 된다. 욕심은 더 나은 삶을 바라는 꿈이며 부족한 자신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욕심 없는 청렴을 꿈꿔야 한다고 하는데 청렴하기 위해 욕심을 버리는 것은 옳지 않으며 가능하지도 않다. 욕심이 많고 적음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징인데 일괄적으로 욕심을 버리라고 해봐야 욕심이 음성화될 뿐이다. 의식족즉지예절(衣食足卽知禮節)이라 했다. 먹고 입는 것이 충분해야 예절을 배울 수 있다. 결국 가진 것이 있어야 청렴을 말할 수 있다. 욕심을 버리라고 하는 청렴은 정답이 되기 힘들다.
그러면 청렴의 나머지 절반은 무엇일까? 나는 정의와 정직이라고 생각한다. 부정부패는 욕심이 없어도 생긴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덮어버리면 편한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미루는 태만이나 남들이 하는 부정한 일을 보고도 못 본 척하는 부정은 욕심의 절제로는 막을 수 없다. 오히려 욕심이 없기 때문에 더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종류의 부패는 도덕과 명예가 있어야 한다. 도덕 안에서 정의롭고 정직하게 행동해야 한다.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스스로 당당할 때 부정부패를 방지할 수 있다. 정의와 정직이야말로 청렴의 제1요소이다.
우리는 청렴해지기 위해서 욕심을 버릴 필요가 없다. 그저 멀리 보는 지혜를 갖추면 된다. 목민심서에서는 대탐필렴(大貪必廉?큰 욕심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청렴하다)이라는 말이 나온다. 부정을 통해서 순간적인 재물을 얻을 수 있지만 청렴을 통하면 재물을 넘어서는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기에 현명한 사람은 결국 청렴을 택한다는 뜻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 아닌 대탐소실(大貪小失) 해야 한다. 부정청탁 적발 사례들을 보면 부정청탁으로 받은 금액이 정년까지 일했을 때 받는 급여보다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면, 해임 등으로 인해 잃는 명예까지 생각하면 순간적인 이익을 위한 부정부패는 결국 손해가 된다. 정의와 정직의 길이 최종적으로는 가장 욕심을 충족시켜주는 길이다.
청렴하기 위해서는 욕심을 절제해야 한다. 다만 청렴하기 위해 욕심을 절제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이익을 위해 스스로 당당해지려다 보니 욕심이 절제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욕심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욕심을 이끌 수 있다. 욕심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넓은 시야를 가지고 욕심을 부려야 한다. 우리는 명예로운 자신을 만드는 욕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결국은 최선의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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