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베짱이
개미와 베짱이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19.10.03 1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어느 맑은 가을 공원 한켠에서 박수와 갈채가 쏟아져 나오고 유한은 그럴 때마다 즐겁고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또다시 연주를 이어갔다. 그런데 어디선가 굉음소리가 들려왔다. 공원 부근 만석의 작업장이었다. 사람들은 시끄러운 듯하나 둘 공연장을 떠났다. 유한은 만석에게 작업 중단을 요구하였다. 만석은 못 들은 척 마냥 일을 밀고 나갔다. 돈을 위해서였다. 유한은 연주를 망쳐 놓은 만석이가 못마땅했다. 그것은 그가 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돈밖에 모르는 인간이기 때문에 상식을 알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만석 또한 유한을 못마땅했다. 그것은 일하기 싫어 연주를 핑계 삼아 노는 짓거리라고 매우 한심하게 생각했다. 사실 만석은 큰 부자다. 하지만 그는 무척 가난한 것처럼 살았다. 허름한 옷차림에 구질구질한 모습으로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악착을 떠는 탓에 인색할 뿐 아니라 누구에게 도움을 주거나 받지도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그에게 있어 돈은 무엇인지 쓰지도 않으면서 왜 그리 높이 쌓으려고 일만 하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만약에 그가 돈을 쓴다면 어떤 의미에서 나눔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그런 반면 유한은 가난했다. 유한은 일을 해서 돈을 벌지 않으면 먹고살기가 힘들었다. 그런데도 그는 일하지 않고 빈 주머니를 털어가며 하루하루를 이어갔다. 알고 보면 두 사람은 오랜 시간 동안 이웃이자 친구로 살아온 사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유감과 불만이 많은 듯 보였다. 만석이가 일과 돈만 아는 사람이 된 데에는 단지 그 옛날 가난이 두려웠었던 이유 말고는 크게 없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지금의 그의 재산을 비교하면 과거에 가난은 이유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 유한은 어릴 적 큰 부자로 살았다. 그는 아무런 불편 없이 마음껏 누리며 만족하게 살았다. 그러나 갈수록 유한에게 그런 날들은 헛된 꿈에 젖어 망상을 쫓는 방황의 시간이었다. 누구에게도 그것은 무책임한 도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두 사람은 또 한 번 동네 어귀에서 마주쳤다. 둘은 보자마자 아까 있었던 일로 티격태격 다투었다. 유한은 만석에게 예의도 모르냐고 소리쳤다. 만석도 유한에게 자신의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맞섰다. 그칠 줄 모르는 두 사람의 싸움은 도를 넘어서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서 얼마 지나 갑자기 만석에게 병이 찾아왔다. 그와 동시에 유한도 빚에 쫓겨 결국 파탄에 이르게 되었다. 끝이 없는 길을 갈 것처럼 걸어가던 사람들이었다. 아직도 덜 쌓은 길에 아쉬움과 아직도 구름을 쫓는 길에 미련이 남은 두 사람이었다. 유한은 병석에 누워있는 만석을 찾아가 웃으며 작별 인사를 나누고 그 길로 집을 떠나 거리의 악사 되었다.
돈은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삶을 영위해 나가는 데 있어 생존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돈의 가치를 어찌 생각하는 것에 대한 시각과 색깔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헛된 낭비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쓸모 있게 사용하는 것 또한 그에 못지않을 것 같아서이다. 그럼으로 돈에 대한 목적이나 필요성을 갖고 있지도 않으면서 막연하게 돈을 쌓으려고 하는 사람과 돈의 가치를 가벼이 취급하는 사람에게 그들은 삶을 어찌 생각하는지 엿보고 싶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