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말답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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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9.10.0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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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지들끼리만 해 처먹어서 최저임금 1만원으로 올리는데 우리가 목소리를 못 내지 않느냐”며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올리는 게 힘들면, 최순실 일가에서 10조를 빼앗고, 고소득자 세금을 50% 정도로 조정하면 된다. 많이 번 사람들이 자기들 능력이 좋아서 많이 벌었습니까. 아니잖아요!”
위는 유명 방송인 김제동(45)씨가 지난해 한 장외 연설에서 힘차게 주장했다고 알려진 말이다.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빈부 격차가 점차 줄어드는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최순실 일가에서 10조를 빼앗고, 고소득자의 세금을 50% 정도 걷자는 주장을 했던 김씨. 그는 정작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의 고액 강연 논란을 빛은 바 있다. 또한 최근에는 김씨가 전국의 대학에서 ‘청춘 힐링 콘서트’를 개최하면서, 1분당 22만원, 1회당 1500만원 안팎의 고액 강연료를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의 한 자료에 따르면 김씨는 2015~2019년 7월까지 전국 6개 대학에서 8500만원 가량의 강연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016년 5월 동의대에서 ‘인문학도여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주제로 70분 강의를 하고 1500만원을 받았는데, 이는 분당 22만원, 시간당 1320만원을 챙긴 셈이다. 특히 이 돈은 동의대 학생들이 낸 자치회비에서 지출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강의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의심케 하고 있다. 김씨는 2016년 12월 선문대 강의에서도 1500만원의 강연료를 받았고, 이때 강의료는 교비로 지급됐다. 2017년 9월 김씨의 조선대 청춘콘서트 강연료는 1600만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국립대 강연에서도 고액의 강연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6년 3월 및 2017년 10월 두 차례에 걸친 부산대 청춘콘서트 강연료는 각각 1400만원과 1500만원을 이었으며, 이때의 강연료는 대학회계로 처리됐다고 한다. 김씨가 대학가 강의를 통해 받은 강연료를 평균 시급으로 환산하면 시간당 840만 원 정도다. 대학가에서 청춘콘서트를 진행하던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지자체 강연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은 1억7300만 원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김씨의 이 같은 고액 강의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거나, 잘못은 아니다. 다만 그가 대중 강의에서 그토록 주장하며 강조하던 내용과, 그가 꿈꾸고 만들어 가고 싶어 하는 세상과 그 궤를 전혀 달리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찾을 수 있다. 
자신도 실천하지 못하면서,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시류에 야합하며 입으로만 쏟아내는 주장들은 그 무늬가 아무리 그렇듯 하다고 해도, 납으로 만든 도끼일 뿐이다. 그와 같은 관념적 허구를 유명세로 포장해 고액의 강연료를 받는 것은, 이제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할 적폐일 뿐이다. 강의라는 것은 강사가 청중들을 위해 영혼의 양식을 제공하는 신성한 행위다. 따라서 강의를 하면서, 자기 자신의 삶에서조차 죄행합일이 되지 않고, 실천을 위한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내용을 들먹이는 것은, 자신도 먹지 않고 꺼리는 불량식품을, 맛있고 영양가 높은 좋은 음식이라고 속여 파는 짓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말다운 말, 영혼의 울림인 참다운 말이 되기 위해선, 그 말이 자기 자신에게서 만큼은 온전히 실천되거나, 아니면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실행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 뒤따를 때뿐이다. 그렇지 못하면 즉, 지행합일이 되지 않는 말은 조용히 입을 닫고 토해내지 않는 것이 더 귀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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