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에 관한 조언
기자회견에 관한 조언
  • 노영원 HCN충북방송 대표
  • 승인 2019.10.03 1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영원이 본 記者동네
노영원 HCN충북방송 대표
노영원 HCN충북방송 대표

 

#금요일 밤 11시 기자회견

제가 충북도청과 정치를 담당할 당시 도지사는 이원종 지사입니다. 항상 신중하면서도 직원들에게 따뜻했던 ‘덕장’형 리더였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법정에 불려다니면서 말년에 고초를 겪었고 그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에 수많은 도민들이 서명하는 노력 끝에 최소한의 명예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이 지사 재임 당시 잊을 수 없는 기억 중 하나가 금요일 밤 11시에 열린 기자회견입니다. 혁신도시 입지 선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심야 기자회견’을 강행한 것입니다.
도내 자치단체 대부분이 혁신도시 유치 경쟁에 뛰어들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금요일 심야 기자회견을 통해 ‘진천-음성’을 혁신도시로 발표한 것입니다.
혁신도시에서 탈락한 자치단체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주말 이틀 동안 도청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할 시간을 벌기 위해 도청 역사상 가장 늦은 시간에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이 같은 진통이 있었지만 당초 예상보다 혁신도시에서 탈락한 자치단체들의 반발은 거세지 않았고 언론사 중 상당수가 비판보다는 고뇌에 찬 혁신도시 선정 과정을 부각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최고의 기자회견 시간은?

서울에서 정치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자회견 시간은 ‘일요일 오전’입니다. 오죽했으면 안철수 전 의원이 ‘일요일의 남자’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이 시간을 선호했습니다.
기자회견 시간으로 일요일 오전을 선택하는 것은 기삿거리가 많이 없는 일요일 오전은 기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고 월요일에 발행되는 신문을 통해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충북도내 언론계에서는 ‘일요일 오전’을 기자회견 시간으로 정하면 비난을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도내 언론사들이 일요일에 기자회견을 할 경우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습니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 시대에 주말만이라도 기자들의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 같은 이유로 저는 ‘월요일 오전’을 충북에서는 최고의 기자회견 시간이라고 추천합니다. 이에 앞서 일요일에 기자회견 내용의 윤곽을 이메일 또는 문자로 알려준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기자회견 시간보다 더 중요한 ‘기자들의 이름’

기자회견 요일과 시간도 중요하지만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은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기자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입니다.
만약 기자들의 이름도 잘 외우지 못하거나 이름이 헷갈려 엉뚱한 이름을 부른다면 기자회견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그 효과는 반감될 것입니다.
반면 기자회견을 앞두고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이름을 기억해준다면 기자회견 효과는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도의회 의장 출신인 A씨는 사람 이름을 못 외워 정치를 포기하려 했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 바 있습니다.
특히 A씨는 제가 도청을 담당하던 시절 오찬 자리에서 B기자를 계속 C기자로 불러 결국 자리를 박차고 나가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결국 A씨는 도의회 의장을 끝으로 정치권을 떠나 야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