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엄상수 1
향엄상수 1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19.10.0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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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내 이제 토끼 뿔 지팡이로
다시 찾아온 그대에게 사례하노니
8만의 바라밀 문을
단번에 때려 열어젖히라.

반갑습니다.『無門關』공안으로 보는 자유로운 禪의 세계로 여러분과 함께 하는 괴산 청천면 지경리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제가 상주하고 있는 산골 초암에는 향기도 그윽한 노란빛 산국이 한창인데요. 이 시간에 살펴볼 공안은 진퇴양난형인 『무문관』 제5칙 향엄상수 1(香嚴上樹)입니다.

본칙: 향엄화상운(香嚴和尚云)하되 여인상수(如人上樹)하여 구함수지(啣樹枝)하며 수불반지(手不攀枝)하고 각부답수(腳不踏樹)일 때 수하유인(樹下有人)이 문서래의(問西來意)하되 부대즉위타소문(不對即違他所問) 이고 약대(若對)면 우상신실명(又喪身失命)함이라. 정임마시(正恁麼時)에 작마생대(作麼生對)할꼬.
향엄 선사가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나무에 올라가서 입에 나뭇가지를 물고는 손에 가지를 잡지 않고 발은 나무를 디디지 않고 있는데 이 때 나무 아래에 사람이‘조사서래의’를 물었습니다. 대답하지 않으면 묻는 사람에게 그릇될 것이고 만약 대답하면 떨어져 죽을 것이니 이 때에 어떻게 대할 것인가?
無門曰: 종유현하지변(縱有懸河之辨)도 총용불착(總用不著)이고 설득일대장교(說得一大藏教)도)의 사로두(死路頭)를 사각종전(死卻從前)의 활로두(活路頭)를 기혹미연(其或未然)이면 직대당래(直待當來)를 문미륵(問彌勒)하라.
무문 선사께서 평하여 말씀하시기를“청산유수 같은 말솜씨가 있다 하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으며 모든 대장경을 다 이해했다 하더라도 역시 부질없는 짓입니다. 만약 이 속을 향해서 참된 견해를 얻을 수 있다면 죽은 사람을 살리고 산 사람도 죽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견해를 아직 얻지 못했다면 미륵보살이 나타나길 기다려 그에게나 물어보라.”고 하셨습니다.
頌曰: 향엄진두찬(香嚴真杜撰)은 악독무진한(惡毒無盡限)하고 아각납승구(啞卻衲僧口)하여 통신병귀안(通身迸鬼眼)함이라.
또한 게송에 향엄은 참 못돼 먹었으니 그 악독(惡毒)함이 끝이 없어서 수행승들의 말문을 꽉 틀어막으니 온몸이 귀신 눈 되어버리게 하네! 라고 하였습니다.
'향엄의 나무에 오르다’라는 향엄상수(香嚴上樹)는 佛敎禪宗의 유명한 화두입니다. 향엄(?~898)선사는 당(唐)나라 말기의 승려로 이름은 지한(知閑)입니다. 백장회해(百丈懷海)선사의 가르침을 받았는데, 백장이 세상을 뜨자 위산영우(潙山靈祐)의 휘하에 들어갔습니다. 향엄 선사의 그릇을 알아본 위산 선사가 화두를 던졌습니다.“너는 백장 대사께서 하나를 물으면 열을 답하였고 열을 물으면 백을 답했으나 이것은 이치와 지혜의 개념에 매달리는 것뿐이다. 한마디로 모두가 쓸모없다는 말이라고 하면서 부모에게 태어나기 전 너의 본래 면목(父母未生前本來面目)은 무엇이냐?”라고 물었습니다.
향엄 선사는 방으로 돌아와 온갖 서적과 선사들의 어록을 뒤졌지만 거기에 답은 없었습니다. 위산 선사에게서 돌아와 답을 물었으나“지금 내가 너에게 답을 한들 그것은 나의 말 뿐이지 너의 것은 아니다”는 말만 되돌아왔지요. 이에 실망한 향엄 선사는 갖고 있던 온갖 책을 불살라 버린 뒤에 스승을 떠나왔습니다. 그 후 향엄 선사는 남양 땅 혜충 국사의 유적지에 기거하면서 수자들의 빨래나 밥을 손수 해주며 온갖 시중을 들어주는 일을 했습니다. 어느 날 암자에서 수행하던 향엄 선사는 기왓장이 대나무에 부딪치는 소리에 일순간 깨우침을 얻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향엄격죽(香嚴擊竹)이란 유명한 고사가 탄생한 배경입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탁마하고 다음 시간에는 『무문관』제5칙 향엄상수 2(香嚴上樹)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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