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와 한글은 서로의 확산 촉매였다”
“천주교와 한글은 서로의 확산 촉매였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10.0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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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주교회의 기관지 `경향잡지' 10월호 특집판
조선왕조 후기 한글·한국 천주교 긴밀한 관계 조명
(왼쪽 위) 1850년대 최양업 신부가 쓴 천주가사 '사향가' 필사본(전주교구 김진소 신부 소장) (왼쪽) 1790년대 말에 복자 정약종이 한글로 쓴 교리서 '주교요지' 필사본(서울 가회동성당 전시).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제공
(왼쪽 위) 1850년대 최양업 신부가 쓴 천주가사 '사향가' 필사본(전주교구 김진소 신부 소장) (오른쪽) 1790년대 말에 복자 정약종이 한글로 쓴 교리서 '주교요지' 필사본(서울 가회동성당 전시).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제공

 

3·1 운동 100주년인 올해 한글날(10월9일)을 앞두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기관지인 월간 `경향잡지'가 10월호 특집 `한국 천주교회와 한글'을 통해 조선왕조 후기에 한글과 한국 천주교회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민중에게 같이 전파된 역사를 소개했다.

특집호 기고자들은 배우기 쉬운 한글이 천주교를 확산시켰고, 한국천주교회는 선교를 위해 한글 전파에 앞장섰다고 평가했다.

조원형 박사(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사)는 `초창기 한국 천주교회와 한글, 한국어'를 주제로 천주가사와 한글 교리서, 유럽인 선교사들의 한국어 연구 활동을 조명했다.

천주가사는 4·4조의 가사 형식에 천주교 교리와 사상을 담은 일종의 교훈가사이다. 조선왕조 후기에 중인과 서민이 가사 작품을 손수 창작, 기록하게 된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창작됐으며, 꾸준한 필사와 보급을 통해 후대에 전수됐다. 한국어 교리서는 실학자와 역관들에 의해 번역, 저술, 보급됐다. 복자 정약종 아우구스티노(1760~1801)의 `주교요지'는 최초의 한국어 교리서이자 한글 교리서였다. 조선의 유럽인 선교사들은 동료와 후임들을 위해 한국어 교재를 집필하고 한국어와 한글을 본국에 소개했다. 제6대 조선교구장이었던 파리외방전교회 출신 리델 주교(1830~1884년)가 쓴 문법서`한어문전'(1881년)은 최초로 한국어 문법을 서구 문법 이론에 근거해 분석한 연구서였다.

조 박사는 “천주교는 유사 이래 처음으로 한글로 기록된 한국어 문헌을 통해 전파된 종교”라면서“천주교 신자들이 한국어로 교리서를 쓰고 천주가사를 지으면서 고차원적인 사상과 사유를 한문 없이 한국어로 논하고 공유하는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권영파 연구원(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순교영성연구소)은 `한글로 피워 낸 그리스도교 신앙'을 주제로 한글이 조선 민중의 그리스도 신앙 체험, 계층과 출신을 불문한 신자들의 일치, 신학 토착화를 촉진했다고 평가했다.

1784년 한국 교회가 시작된 뒤 1780년대부터 천주교의 교세를 고발할 목적으로 작성된 상소문들을 보면 당시에 이미 한글 기도서와 교리서들이 존재했으며 신자들이 한글로 된 책을 주변인들에게 전하며 선교했다는 기록이 발견된다. 조선대목구 최초의 사목교서 `장주교윤시제우서'(1851년)는 신자들의 한글 교육을 간절히 권했다.

권 연구원은 “한글로 하나된 평신도와 사제의 협력에서 함께 가는 신앙을 발견할 수 있다”며 “한글은 사목자들에게 평신도의 신앙 감각을 투명하게 전해 주었다”고 밝혔다.

염철호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는 `한글 보급과 교육, 연구에서 천주교의 역할'을 주제로 한국 천주교회가 한글 맞춤법을 연구하고 적극 수용한 역사를 소개했다.

일제강점기에도 한글 교육과 맞춤법 준수는 변함없이 강조됐다. 1932년 라틴어로 간행된 `한국 천주교 공용 지도서'는 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을 평신도 지도자인 회장의 임무로 명시했다. 1933년 6월에 5개 교구 주교회의의 결의로 창간된 월간지 `가톨릭 청년'은 창간호부터 한글 맞춤법 해설(朝鮮語講話)을 연재했다.

한국 천주교회의 한글 사랑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염신부는 “연구자들도 부족했지만 주교회의 자료들이 라틴어로 작성되었기에 접근 자체가 용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일제강점기 한국 천주교회 선교사들이 우리 민족과 문화, 언어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새로운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금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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