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롤모델이 있나
학교에 롤모델이 있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10.0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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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주 묻는다.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유년 시절 친구들은 스스럼없이 말했다. 대통령, 장군, 판사, 검사, 교수 등. 이들의 권한이 어느 정도인지 모른 채 꿈을 꾸었다.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냐는 질문에는 세종대왕, 이순신, 김구 선생 등 교과서나 위인전에 등장한 이름을 대기도 했다.
최근엔 초등학생들에게 대통령으로 불린다는 초통령 도티가 초등학생들이 존경하는 인물 순위에서 이순신도 이겼다며 화제가 됐다.
이유인즉슨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패널들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 중 초등학생이 존경하는 인물 순위로 1위 김연아, 2위 세종대왕, 3위 도티와 유재석, 4위 이순신 장군 순이었기 때문이다.
도티는 초등학생들이 꿈꾸는 직업 중 하나인 유명 유튜버다. 1인 크리에이터인 그는 구독자 252만 명을 자랑한다. 영상 총 조회 수는 22억 회에 달한다.
누군가에게 존경받는 인물로 지목받기는 쉽지 않다. 요즘처럼 수십 년 전 기억조차 없는 일을 찾아내 누더기로 만드는 세상에서 본받고 싶은 삶을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 아닌가.
그렇다면 대학생들이 존경하는 직업은 무엇일까.
대학생들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존경하는 직업이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저평가 받는 직업으로 ‘소방관’을 꼽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벌인 존경하는 직업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소방관·구급대원은 51.6%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이어 2위는 환경미화원(21.9%), 3위는 교수·교사(21.8%), 4위 기업인·최고경영자(19.2%), 사회복지사(18.1%) 순으로 나타났다. 인생의 ‘롤모델’로는 가족(37.4%), 연예인(14.4%), 역사 속 위인(10.3%) 순이었다.
대학생들이 존경하는 직업 3위에 오른 교수, 교사들이 요즘은 고개 들고 다니기가 어렵다.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날마다 쏟아지는 국감 자료에서 교사, 교수들의 비위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순례 의원(자유한국당)이 국립암센터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융합기술연구부 김 모 교수, 종양면역학연구부 김 모 교수 등 총 8명의 교수가 각각 본인 논문에 실제로 참여하지 않은 자신의 자녀를 공동저자로 등재하는 등 위반 사실이 드러났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수없이 듣게 된 논문 끼워넣기, 스펙 품앗이, 학벌 대물림이라는 행위가 대학 캠퍼스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교사들이라고 자유롭진 않다.
국회 교육위원회 서영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성매매·성추행·성폭행 등 성비위로 징계를 받은 고교 교원이 578명이다. 성비위로 징계를 받은 교원이 저지른 성범죄 대상은 학생이 33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반인 대상 125명, 같은 교직원 121명 순이었다. 성비위로 징계를 받은 교원의 43.3%는 강등이나 정직, 감봉, 견책 등으로 교단에 다시 설 수 있는 징계에 그쳤다.
교단에 선 교사와 강단에 선 교수는 학생들에게 존재감만으로도 가르침을 줘야 한다.
교실에서 스스로 존경받지 못할 행동을 하고 캠퍼스에서 부끄러운 일을 자행하면서 스승이기를 자처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스승의 그림자가 밟히고 있음을 안타까워하기에 앞서 스승이기를 포기한 적은 없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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