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과연 문화재일까?
김치는 과연 문화재일까?
  • 윤나영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장
  • 승인 2019.10.01 1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 포럼
윤나영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장
윤나영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장

 

이맘때면 집집마다 밥상머리에서 같은 고민을 나눈다. ‘올해 김장은 언제쯤 해야 할까?’
김장을 하지 않는 집도 있겠지만, 대부분 집에선 늦가을 가족 혹은 이웃끼리 모여앉아 김치를 담근다. 배추를 씻고 절이고, 무를 채를 썰고, 굴이나 젓갈 등등 취향껏 속 재료를 넣어 버무려 배추 사이사이 양념을 채운다. 버무린 배추가 쌓여가는 동안 냄비 속에선 돼지고기 수육이 보글보글 익어가고, 김장이 끝난 후엔 둘러앉아 갓 버무린 겉절이에 수육 한 점으로 피로를 달랜다. 매년 반복되는 조금은 피곤하지만 정겨운 우리 삶의 한 장면이다.
입맛을 다시고 계실 독자들께 던지는 뜬금없는 퀴즈 하나, 그렇다면 과연 ‘김치’는 문화재일까?
김치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천 년 역사의 전통음식임은 분명하나, 김치가 문화재인가라는 질문에는 잠시 머뭇거리실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바로 답을 말씀드리자면 ‘김치 담그기’문화는 문화재가 맞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33호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중 하나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물론 이미 이 사실을 알고 계신 분들도 계셨겠지만, 조금 생소하게 느끼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보통 무형문화재라 하면 판소리 같은 전통예술 혹은 도자기를 굽는 장인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너도나도 담그는 ‘김치’가 국가 무형문화재, 아니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인류무형유산이라니! 필자 역시 ‘김치’가 유네스코 무형유산이란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땐 어이없는 표정으로 우리 집 냉장고를 돌아봤었다. 그럼 울 어머니가 담그신 김치도 세계유산인건가?
하지만, 유네스코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김장 : 김치를 담그는 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면 왜 김장이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는지 쉽게 수긍이 간다. 내용을 축약하면 대충 다음과 같다.
김장은 한국인의 자연환경에 대한 이해를 통합한 음식문화로, 한국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김장은 현대사회에서 가족 협력과 결속을 강화하는 기회를 제공하며, 자연을 정복하기보다 자연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방식이자, 나눔의 정신을 깨닫고 실천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축약된 글로 읽으니 참 거창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숨 쉬듯 너무나 익숙하게 행했던 행동과 문화 속에는 저런 의미가 숨겨져 있었던 거다. 그저 너무 가까이 있어서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무형유산이다. 
유네스코 무형유산 보호협약에서 규정하는 무형유산은 세대와 세대로 이어지며, 이를 둘러싼 자연, 문화, 역사화의 상호작용에 맞추어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문화적 다양성과 인류의 창조성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전승력을 갖추어야 한다.
충청북도에도 국가 또는 도에서 지정한 무형문화재가 31건 있다. 여기에는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하며 사용했던 물건을 만드는 기술도 있고, 삶의 노곤함을 신명나게 풀어내는 음악도 있으며, 마을 사람들이 함께 지내는 제사 의식도 있다. 하지만 다수의 무형문화재가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밀려 점차 잊혀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무형문화재가 살아있는 문화로 남아있으려면 본질적인 전형을 지키되 그것을 둘러싼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끊임없이 재창조되며 계속성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형문화재 보전과 진흥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과 노력도 필요하고, 무형문화재를 이어가는 전승자들의 자성과 노력도 반드시 있어야 하며, 무형문화재를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시선도 변해야 한다. 그 삼박자가 맞아야 비로소 우리의 무형문화재는 우리 삶 속에 살아있는 문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