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기준
헷갈리는 기준
  •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 승인 2019.09.2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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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학교에 가면 아침마다 반갑게 인사하던 청소원 아주머니께서 오늘은 안색이 안 좋으시다. 누가 화장실 변기 위에 올라가서 볼일을 봐서 발자국이 있다는 것이다. 또, 위생용품 수거함에 휴지를 쑤셔버렸다며 나에게 푸념을 늘어놓으셨다. 그리고는 외국 학생들에게 화장실 사용 문화에 대해서 가르쳐 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로서도 난감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화장실 휴지통 사용 기준이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요즘은 관공서나 학교, 기업체의 화장실에 휴지통이 없다. 청결한 환경을 위함이기도 하고 요즘 휴지는 물에 녹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화장지는 변기에 속에 버리고 그 외의 물티슈나 여성용 패드는 일회용 팩에 넣고 묶어서 위생용품 수거함에 버리게 되어 있다. 그러나 개인 집이나 가게 등에서는 이와 반대의 현상이 생긴다. 보통 커피숍이나 식당의 화장실에 들어가면 입구에 ‘변기가 막힙니다. 제발 휴지를 변기 속에 넣지 말아주세요.’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이곳은 휴지통이 있는 가게이다.
이처럼 경우에 따라 달라지는 화장실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한국인인 나로서도 난감한데 외국 학생들이 어떻게 이해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외국 학생들에게 휴지통이 비치되어 있는 곳에서는 휴지통에 버리고 휴지통이 없으면 변기에 버리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언제쯤 이 기준이 하나로 통일될 것인지 의문이 간다.
이와 반대로 새롭게 자리 잡힌 화장실 문화도 있다. 그동안 고속도로 화장실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화장실 이용 시 문 바로 앞에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입구에서 기다렸다가 비는 화장실이 생기면 줄을 선 순서대로 들어간다. 처음 한 줄서기를 실시했을 때 많은 혼잡이 있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자리가 잘 잡혀가고 있어서 공중 화장실을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변화란 많은 사람의 편리함을 주기도 하지만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나는 아직도 계단을 오르내릴 때 학생들과 부딪히는 경우가 가끔 있다. 언제 좌측통행에서 우측통행으로 바뀌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은 우측통행을 해야 한다. 이렇게 바뀐 규칙을 알면서도 나는 자꾸 헷갈린다. 어린 시절 내내 좌측통행에 익숙했던 세대인 나로서는 가끔 실수하는 부분이다. ‘신호등’동요가 생각이 난다.

사람들은 왼쪽 길/ 차나 집은 오른쪽/ 이쪽저쪽 잘 보고/ 길을 건너갑시다.
 
세상은 참 빠르게 변한다. 자고 일어나면 또 다른 세상이 펼친 양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젊은 나도 이러한데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느끼는 세월의 속도는 빛의 속도일 게다. 특히 우리 주변의 생활 모습에서 바뀌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새로 익혀야 할 것들이 점점 많아진다. 더욱이 장소나 상황에 따라 기준이 달라서 실수 아닌 실수를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준이란 그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요즘 정치적으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정치인들은 각자 정한 기준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서로 대립되는 의견들이 많아서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간혹, 한쪽의 진영논리에 치우치다 보면 참다움을 보지 못할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때 누군가 정확한 기준을 정해 주면 좋으련만 이 또한 쉽지 않다. 각자의 논리에 의해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많은 요즘은 어디에 기준을 두고 판가름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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