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어설픈 실험 안되길
인사청문회 어설픈 실험 안되길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9.09.25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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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충북도의회가 다음달 1일 충북개발공사 사장 후보자를 대상으로 첫 인사청문회를 연다.
도와 도의회가 지난 17일 충북도 산하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을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연다는 내용이 담긴 협약서를 교환한데 따른 것이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도와 도의회가 출자·출연기관장 인사청문회 도입을 합의한 뒤 처음 단행되는 청문회여서 도의회 안팎의 관심이 많다.
최근 진행된 공사 사장 공모에는 모두 4명이 지원했다.
이중 국토교통부 출신 1명이 최종 선임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를 바라보는 도의회 안팎에서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충북에 앞서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대부분의 광역의회에서 제대로된 인사청문회가 운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례로는 여당 단체장과 여당 다수당 의회라는 상황이 같은 광주시의회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지난 3월 열린 광주환경공단 이사장과 광주복지재단 대표이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시의회는 도덕성과 준법성 흠결 논란이 컸던 두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통해 공공기관장으로서 부적절하거나 역할 수행이 염려된다며 사실상 임명 반대 의견을 광주시장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광주시장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의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보란 듯이 임명을 강행하면서 의회 경시 논란을 부추겼다.
여기엔 여당 단체장과 여당 다수당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시의원 23명 중 22명이 이 시장과 같은 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 일색에다가 초선 의원이 20명이나 되는 시의회가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다.
충북도의회는 의석수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28석, 한국당 4석으로 출발해 광주와 사정이 비슷했다. 이 중 초선이 21명, 재선 8명, 3선 3명이었다. 현재는 임기중 의원이 낙마해 민주당 27석으로 재편됐다.
지난 2013년 전국에서 처음 도입돼 주목을 받은 경남도의 출자·출연기관장 인사청문회도 결국 ‘미완의 실험’으로 끝났다.
법적 근거도 없이 ‘의장 공약’ 차원에서 이를 도입한 김오영 경남도의회 의장과 도의회의 ‘부적격’ 의견에도 임명을 강행해 불통 이미지를 키운 홍준표 경남지사 등 당사자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어설픈 실험이 되고 말았다.
대부분 시·도 인사청문회가 유명무실화된게 현실이다.
모든 지방의회는 출범때마다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의회가 되겠다고 호기롭게 다짐한다. 충북도의회도 그렇다. 하지만 같은 당 단체장만 만나면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거수기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처음 맞이하는 상황과 업무에서는 능력의 한계만 드러내기도 일쑤다. 유권자들이 지방의회 무용론을 제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모든 시작은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 충북도의회의 인사청문회도 마찬가지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해피엔딩을 기대하는 영화관객의 마음처럼 어떠한 새로움이 도민들에게 다가올 것만 같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렵사리 성사된 충북도의회의 인사청문회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 의원들에겐 송곳 질의와 자료분석 및 수집 능력이 요구된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집행부 거수기로 전락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도민과 시민사회단체의 관심과 감시도 필요하다.
이번 인사청문회가 지방의회 본연의 임무인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살아있는 충북도의회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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